국내 공항의 대부분이 안전시설 미비로 위험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사의 보도를 보고 비행기를 탈 때는 마치 목숨을
담보하고 죽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론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염려하고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또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중 일부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고 또 어느
부분은 바빠서였는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보도가 있지않나 생각된다.

우리나라 항공기사고는 알고 있는 바로는 공항운영 이후 지금까지 시설의
미비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공항의 안전에 관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사안일의 태도는
있을 수 없으며 공항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항관계자나 정부부처는
괌 사고를 계기로 안전점검과 시설 이상유무 확인에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한국의 공항은 단지 운이 좋아서 사고가
나지 않을 뿐"이라는 식의 마구잡이 매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앞면만 보지 말고 뒷면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한국의 공항이 엉망이라는 논조의 기사가 경쟁적으로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괌 사고 직후 일부언론은 국익은 뒤로 한채 자사 명예를 위한 선정적인
취재경쟁에만 열을 올린 반면 미국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사고의 책임을
"한국항공사 실수"로 몰아갔던 사실을 상기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환응 <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