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 한국외국어대 교수 >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에 새로운 매춘방지법이 발효되어 매춘을 제공한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도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벌로 부부의 "매춘의 역사"를 읽어 보면 이러한 법의 제정으로
매춘이 근절될 가망성은 거의 없음을 알수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매춘은 사회의 일부를 형성하며 항상 존재해 왔다.

고대에는 종교적 성격을 띤 사원 매춘이 있었다.

헤로도투스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사원 매춘을
별다른 윤리적 비판 없이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매춘에 대해 당시 지식인들은 현대인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수 있다.

매춘 문제의 본질은 매춘에 대한 정의와 직결된다.

그러나 매춘에 대한 정의가 애매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춘에 대한 해결
역시 쉽지 않다.

벌로 부부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매춘의 역사를 살펴본 다음
매춘의 정의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이에 대한 처리 방법에도 일관성
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책 끝머리에서 벌로 부부는 이제까지 인류가 제안했던 매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나열하고 그것에 수반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매춘을 완전히 불법화하는 방법은 공권력이 모든 삶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매춘 자체는 모른체 하고 호객 행위만을 위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공권력의
임의적 해석에 따라 범법의 기준이 결정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완전 합법화하는 문제도 누구를 매춘하는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기준이 모호해 실패한다.

따라서 저자는 성인 사이의 합의에 의한 성행위는 금전수수의 유무에
관계없이 매춘으로 보지 말고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이들의 주장이 용납될수 있을 것인가와 관계없이 우리
역시 이들 주장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