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자 <나산부인과 부원장>

인간을 제외한 다른 포유동물의 2세는 세상에 나와 살아남을 능력이
없으면 부모나 무리로부터 버림받아 그대로 죽는다.

종의 자연도태로 우수한 형질의 후손만이 살아남아 멸종을 막는 현상이다.

TV화면에서 자주 보듯 부엉이나 악어 거북 등 일부 포유동물은 먹이가
부족할 경우 본능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느끼는 새끼, 즉
첫째와 둘째에게만 먹이고 나머지는 돌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 잔인한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고 일단 태어난 생명은
가능한한 살려내려 애쓴다.

너무 일찍 태어나거나 살아날 확률이 낮은 미숙아를 자궁과 똑 같은
환경의 기계에 넣어 완전한 생명력을 갖춘 신생아로 길러내 천수를 마치게
하는 것이다 신이 주신 미흡한 생명을 현대의학의 이름을 빌려 재창조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미숙아가 해마다 증가하고 새 생명을 부여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보호정책은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미숙아가 늘어나는 것은 가임여성이 많아지는 자연적인 이유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성개방으로 자궁발육이 덜된 소녀의 임신이 늘고, 산전 진찰의
의료혜택을 받지 않은데서 비롯된 항생제남용 등이 더 큰 원인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참담하다.

새 생명을 죽일 수는 없지만 돈이 없어 그대로 버려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극이 싹튼다.

통계에 의하면 미숙아 출생 산모의 나이가 19이하인 경우가 17.4%나
되고, 전체 신생아의 6~8%가 미숙아라고 한다.

미숙아를 정상분만아로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도
5백만~6백만원 정도 된다.

결국 한해 신생아 60만~70만명중 3만~4만명이 돈때문에 속절없이 버려지는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이다.

임신중절 수술의 증가도 문제지만 그보다 돈도 더욱 많이 들고 그냥 뒀을
경우 심각한 현상을 유발하는 미숙아가 늘어나는 현실을 정부당국자는 물론
국민 모두 외면해서는 안된다.

미숙아를 방치하는 것은 임신중절 이상의 생명경시 풍조에 다름 아니다.

25%밖에 안되는 미숙아 집중치료 병상문제, 미숙아 치료 의약품및 장비의
의료보험 적용문제 등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야 할 현안이라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