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50대그룹을 대상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업계의견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은 적극 추진하되 업계가 처한 현실에 맞춰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시 말해 최근의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지만 방법론 측면에서는 정부의 시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들은 획일적인 정부 정책보다는 기업들이 필요에 의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자금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정책을 펼칠 경우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기업의 중장기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
에서 전체 응답자의 35%가 더 나빠질 것으로 답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평가항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구조조정은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71%)와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25%)는 응답이 전체의 96%를 차지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부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은 확대경영 차입경영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만한 기업경영과 외부차입을 통한 문어발식 확대경영을 대기업의 병폐
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96%가 전적으로 혹은 일부 옳다고 응답, 최근의
잇딴 대기업 부도사태가 기업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38%가 인원정리의 어려움을 지적했고 다음으로 신규사업발굴의
어려움(34%) 보유부동산 매각(16%) 거래금융기관의 비협조(13%) 등을 꼽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애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50대 그룹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동일계열 여신한도제등 정부가 올들어
구조조정촉진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현실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계열기업군에 대한 금융기관 여신을 자기자본의 45%로 제한하는 동일
계열 여신한도제의 경우 중복규제등의 문제를 들어 장기적으로 대출기준을
은행에 위임해 줄 것으로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열사에 대한 과다채무보증을 제한하려는 정부정책도 자칫 그룹 전체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금융관행을 먼저 개선하는 방향으로
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이익원 기자 >

[[[ 50대그룹이 지적한 구조조정정책의 문제점 ]]]

<>.동일계열 여신한도제 도입

- 대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자금압박 가중
- 동일인 여신한도제, 거액여신 관리제와 중복규제
- 자금부족에 따른 단자사 대출증가로 기업 차입구조 악화

<>.과다 차입 기업 규제

- 세금부담 증가로 재무구조 악화
- 업종별 재무구조 차이 미반영(건설업의 경우 차입금 다)
- 시설/R&D 자금부족으로 투자위축
- 차입금이 많은 우량기업의 흑자부도 가능성

<>.부당내부거래 심사지침 제정

- 정책의 목적이 부당한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하기 보다는 대기업 계열사
간 연결고리를 끊는데 너무 치중
- 계열사간 경영자원 공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 무시
- 신규사업 진입/퇴출시 어려움이 가중되어 구조조정 지연
- 국세청 증권감독원과의 중복규제

<>.과다 채무보증 제한

- 채무보증은 금융기관의 관행으로 우선적으로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이
정착되어야 함
- 우량기업의 차입곤란
- 인위적인 채무보증 축소로 그룹전체의 부실화 우려

<>.계열기업군 단위 여신 심사

- 계열기업군과 개별기업간의 심사기준, 적용범위 불명확
- 신용이 낮은 그룹의 우량기업 자금압박 가능성

<>.기업결합 심사기준 강화

- 규모의 경제무시, 비전문회사의 참여로 학습비용 과다
- 시장의 진입/퇴출 장벽으로 작용
- 기아자동차 관련, 마찰을 빚고 있음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