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근교에 위치한 EJIP(이스트 자카르타 인더스트리얼
파크)는 완벽한 물류시스템을 자랑으로 삼는 곳.

민족자본이 빈약한 개도국은 공단을 조성, 외국기업을 유치하게 되지만
오로지 저렴한 임대료와 세제혜택만을 내세워 외국기업을 부르려다 실패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물류시스템이 기업은 물론 공단의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공단이 종합상사인 일본 스미토모상사에 의해 계획,
조성됐다는 점이다.

특유의 정보력으로 시장의 요구를 알아본 스미토모상사는 물류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 자회사인 스미트랜스에 해상운수를 맡기고 미국의 페덱스
(Fedex)에 항공수송부문을 일임함으로써 종합적인 물류서비스 제공의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스미토모상사가 이같은 식으로 세계적 항공운수회사인 페덱스와 연계해서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인도등지에 조성한 공단이 20여개소에 이른다.

스미토모의 관계자는 "생산품의 약70%가 수출품인 지역"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제품화한후 내보내기 위해서는 하늘과 바다를
효율적으로 연계시키는 기능적 물류망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스미토모상사가 공단을 조성한 아시아지역에는 아직까지 도로망이
취약하지만 세계적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갑작스럽게 주목받게 된 국가들이
많다.

자연 항공.해상운송의 중요성은 다른 어느지역보다 높았던 것이다.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미국기업들중에는 물류부문을 항공회사 등에 맡겨 버리는 아웃소싱(회사의
업무중 특정부문을 외부회사에 일임하는 일)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92년 페덱스에 물류부문을 위탁해 버린 미국의 내셔널세미컨덕터는
짭짤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단가가 매우 높은 마이크로칩 등을 다룬다.

재고가 쌓이게 되면 어느기업보다도 부담이 된다.

따라서 조금 돈이 들더라도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에 의한 배송
체계를 갖춘 페덱스에 의지하는 편이 유리했던 것이다.

그 결과 평균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납품기간을 지난해 3일로
단축시키는데 성공했으며 92년 3%에 달하던 매출액대비 물류코스트를 1%대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