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위기 종합 대책이 발표됐다.

정치권과 경제계의 호소와 비판이 연일 계속된 뒤끝에 나온 때늦은 대책
이라고 하겠다.

백화점식의 다양한 대책이 망라됐지만 금융기관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는 의문시 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도 특융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고 기아에 대해서는
사표를 받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자칫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도 있다는 얘기다.

어떻든 은행과 종금사들의 지급불능사태 등은 무조건 막겠다는 것인만큼
사실상 "금융기관에 대한 부도유예조치"라고도 할수 있겠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25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주된
내용은 <>제일은행과 일부 부실금융사에 한국은행 특융제공(연 8.5%)
<>금융기관의 보유부동산 처분시 특별부가세 면세 <>금융기관의 대외채무
상환에 대한 정부 보증으로 요약된다.

또 제일은행등 자금위기에 빠진 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국채를 현물
출자하고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강력한 자구 노력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종금사들에 대해서도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
는 것이어서 종금사들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임을 당국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 대책외에도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하는등 금융자본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부양성 대책이 총동원
되고 있다.

사실 최근들어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증폭된 것은 부도협약의 설익은 운영,
정부의 지나친 시장 논리 집착, 기아 대책을 둘러싼 정부와 기아그룹의
갈등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정부 스스로의 책임도 무시할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따라서 이날 정부의 종합 대책은 정부이 뒤늦은 자각이라고도 할수 있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언론이 금융위기를 침소봉대한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제일은행의 증자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는 설이 나돌자 이를
강력히 부인하기도 했었다.

결국 호미로 막을수 있었던 문제를 가래로 막는 우를 범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의 대책이 금융위기의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특융지원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을 의식한듯 특융이란 단어 사용을 피한채 자구노력과 연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개별금융기관지원이 없다던 태도를 시장상황 변화를 핑계삼아
대폭 바꾼 재경원인 만큼 제일은행등의 자구노력이 차질을 빚는다고 해서
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일단 금융시장 대란설은 상당부분 진정될 것으로 전망
된다.

한은 특융까지 활용,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금융기관이 외자를 갚지못할 경우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장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대외신인도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인 기아사태가 아직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또 다른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의 출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조치의
약효가 얼마동안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자본자유화 등도 이미 상당부분 예고된 것이어서 증권시장에 주는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