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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21세기 재무책임자의 역할 .. 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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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정주 <아더앤더슨코리아 대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기업현실은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왔고,
    직원은 훈련이 필요없는 편안한 기업경영을 구가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리란 상상을 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과거 몇년 동안 끊임없는 변혁의 물결이 기업경쟁의 틀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전통적인 경제모델이나 유통구조, 그리고 수요자의 욕구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전통적인 조직구조를
    개혁하고, 업무흐름을 고객에 맞는 프로세스 중심으로 변형시키고 있으며,
    빠른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할 뿐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함으로써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적인 사업환경은 CFO(재무담당책임자)에게 과거와는 다른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

    전통적인 CFO나 재무담당부서는 그들의 대부분의 능력과 시간 정열을
    회계처리나 재무보고, 또는 세무회계에 사용하였고 일부의 시간만을
    재무위험을 통제하는데에 사용하였다.

    기업 정보시스템이 강력하게 모든 의사결정을 도와줄수 있는 역량으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회계처리 등 재무보고 기능은 단순히 기능적 업무에
    불과하게 된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21세기의 CFO와 재무담당부서는 기업경쟁의 최전방에서 핵심역량 증대와
    기업의 중요한 경쟁전략 목표달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FO는 다음 네가지 영역으로 그 기능이
    재편되어야 한다.

    첫째 재무부문의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여 그 여유자원을 기업의 전략적인
    업무에 기여하도록 재배치하여야 한다.

    둘째 부가가치적인 재무분석을 통하여 다른 부문의 의사결정에 재무부문이
    어떻게 도움을 줄수 있는가에 대하여 숙고하고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조직전반에 상존해 있는 재무적 비재무적 위험을 재무기능으로써
    통제하는 위험관리에 힘써야 한다.

    특히 경영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오늘의 사업기회가
    내일의 위험으로 다가오는 불확실한 요소가 상존하고 있고 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는 능력을 CFO나 재무담당 부서는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조직전반에 걸친 성과측정 시스템을 개발하여 모든 의사결정이 기업의
    장기 전략목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또한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한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층을 대상으로 CFO의
    기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CFO의 주요역할을 새로운 사업기회
    발견이나 또는 기업의 위험관리에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53%는 기업전반의 성과측정이 CFO의 주요 역할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외에 사업분석및 사업정보시스템 분석 또한 주요 역할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회계 재무기능에 국한되었던 전통적 CFO의 기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CFO는 앞으로 재무 담당자들이 기업전반을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출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독려하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여기에
    맞는 인재를 고용하여야 한다.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이의 개선을 통하여 재무부문의 직무가 기업의
    목표에 어떻게 기여할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그것이 실행되도록 자원을
    재배치 하여야 한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는 고객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며, 이것은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쳐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판단은 사람이 하게 되지만 이를 지원하는 것은 결국 정보
    시스템이라는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것은 필요한 때, 필요한 장소에, 어떠한 정보도 제공될수 있는 시스템의
    형태를 의미한다.

    히타치의 CFO인 아사히코 이소베는 이사진의 일원으로서 기업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경영 컨설턴트로 재무능력을 토대로
    생산업무에 기여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시간을 예상 고객을 만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CFO상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시간의 상당부분을 예상고객을 만나며 히타치 상품을 선전하여
    판매를 촉진시키고 있다"라고 판매사업부문의 협력자로서의 새로운 CFO상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다른 사업부문의 재무관련 업무에 적극적인 협력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히타치그룹내의 해외공장 설립프로젝트의 자금조달 협정에 대한 자문을
    적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협력자의 역할을 실행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기업전략개발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소베는 그가 가진 모든 재무자원, 즉 사람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전략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새로운 CFO의 역할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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