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위기가 주식시장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달러당 9백원을 넘나드는 환율 상승과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조달난이
겹치면서 금융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주식을 사려던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일부
헤지펀드에선 주식처분에 나서는 등 외국인의 투자분위기도 썰렁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같은 금융위기를 정부가 수습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외환시장 혼란 =증권업계에서는 최근의 외환위기가 대외무역적자 확대
등의 근본적인 요인보다는 금융기관의 신용도 하락과 해외자산운용의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국금융
기관들의 대출한도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화돈줄이 마른 국내 금융기관들이 상환외화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갖고있는 외화자산의 운용실패도 외환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종금사들은 1년미만의 단기자금을 차입해 제3국에 3~7년의 장기리스 등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상환압력이 들어올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장기외화자산을 당장 처분할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외화부채상환 부담이
심각한 형편이다.

반면 외환위기가 거론된 지난 7월부터 8월15일까지 종합수지흑자는 5억달러
로 예상됐다.

전체적으로는 외환시장이 호전되는 추세다.

이 기간중 무역수지 적자는 15억달러 수준이지만 자본수지가 30억달러 흑자
였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8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종합수지로 볼 경우 원화환율은 오히려 하락할 여지가
크다"며 "동남아 외환위기와 금융기관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불안심리만
진정된다면 외환시장은 현재수준에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 외국인 자금이탈 여부 =기아사태가 발생한 7월15일 이후 외국인들은
뚜렷한 관망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와 순매도가 전반적으로 균형상태다.

환율 불안과 대기업부도 확산 우려감과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여있는 탓이다.

동방페레그린증권 이남우 이사는 "일부 헤지펀드에서 주식매도주문을 내고
있으나 매수세력 유입도 적지 않다"며 "대기업 부도가 새로 발생하지 않는한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증시파급 영향 =증권관계자들은 외환위기가 진정되지 못할 경우 시중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환율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달러매도 원화매입에 나설 경우 원화의 시중
유동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비용이 많은 상장회사들의 경우 자금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금융기관의 신용도 하락에서 비롯된 외환위기가 진정될 경우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환율이 올라갈수록 수출관련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이철순 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 대형금융기관의 부도 불안감을
진정시킬 경우 침체속에 빠져있는 증시가 빠른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