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에서 우리의 주요수출품들이 덤핑혐의로 제소당하는 것은
통상마찰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처음에는 대응방법을 몰라 우리기업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통상분규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전문변호사들의 대처능력이 그만큼
세련되어졌기 때문이다.

지난92년6월 미국철강업계가 포항제철 연합철강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
국내 4개 철강업체에 대해 덤핑제소한 건은 우리 전문변호사들이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모델케이스로 손꼽힌다.

이 건은 그때까지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제소당한 사례중 최대규모였다.

당시 철강판재류의 대미수출물량이 5억5천만달러가 넘었던 것.

국내에서는 삼정법률사무소의 설립자 윤영각 변호사(44)가 계열의
삼정회계법인 통상팀(김성태 최승환 정원용 김인수 박준범 윤주환 유기석
공인회계사 등)을 이끌고 미국측에 제출할 자료들을 준비했다.

조직 주식 회계시스템 회계자료 내수 수출 원가 등 요컨대 "그 회사에
관한 모든 것"을 챙겨 미국이 요구하는 양식으로 제출했는데 포철의 경우
무려 두 트럭분이나 됐다고 당시 포철고문변호사로 일했던 안원모 변호사
(43.회명합동법률사무소)는 기억한다.

현지로펌으로는 원심에서 모리슨&포스터, 재심에서는 모리슨&포스터
(연합철강 동부제강 등) 에이킨 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펠드(포철)가
미국상무부 ITC(국제무역위원회)와의 관계 등을 맡았다.

에이킨 검프에서는 80년대초 한국산 컬러TV가 덤핑제소됐을 때부터
통상문제에 뛰어들었던 김석한 변호사(미국변호사)가 활약했고 노훈
변호사(33 미국변호사, 두우합동(구 율촌))도 잠시 이 사건에 참여한 적이
있다.

포철의 경우 현지자회사인 UPI에 낮은 가격으로 수출한다하더라도
미국철강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고용증진에 도움이 됨을
역설하는 전략을 썼다.

결국 이듬해인 93년7월 ITC가 열연강판 후판에 대해 산업피해부정판정을
내려 이들 주요품목의 대미수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수백만달러의 변호사비용이 들어갔지만. 지난89년9월 아크릴스웨터가
덤핑혐의로 제소됐던 사건도 유명하다.

아크릴스웨터는 당시 미국에 4~5억달러어치를 수출하던 중요한 품목이었고
3백여개 업체의 목줄이 걸려있었다.

미국은 최저13.6%에서 최고53.6%까지 덤핑마진이 있다고 제소했다.

국내에서는 김&장에서 조대연 박병무 변호사가 일을 맡았고 현지로펌으로
아놀드&포터 스텝토&존스 등 3곳에 대정부관련업무가 맡겨졌다.

통상마찰초기에 앨범이나 컬러TV가 제소됐을 때 자료준비 부실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던 예를 거울삼아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했다.

이듬해 최종판정에서 덤핑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조사대상이었던 5개업체중
천지산업이 1.2%, 한일합섬 3.17%, 신원 1.11%,유림 0.92%, 영우통상 0.73%로
선방했다.

지난94년 결국 규제가 종결됐다.

무려5년을 끄는 동안 바이어가 수입선을 돌리고 미국내 아크릴스웨터수요가
급감, 업계는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법적 대응만큼은 대만 홍콩보다 훌륭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미국 등 외국에서 제소되는 건은 현지로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변호사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반성도 있다.

예컨대 철강산업 덤핑제소당시 워싱턴D.C.의 로펌은 제소자측에서
1천만달러, 피제소자측에서 1억달러를 벌어들였다는 풍문이다.

따라서 국내변호사들의 참여도를 높여 외국변호사들의 과다수임료요구
횡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도 많은 실정이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