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대표의 두 아들 병력면제과정의 의혹을 둘러싼 공방으로
빚어진 "병역정국"에 임하는 정치권의 자세나 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상호 비방전을 지켜 보노라면 정치인들이 도덕불감증 차원을 넘어 아예
국민들은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 자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자제들은 "힘없고 돈없는
국민들만 서러울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거" 병역을 "면제" 받았음
이 각종 자료로 밝혀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중 그 누구도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진솔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병역면제 파문으로 치명타를 입은 신한국당은 최근들어 이를 희석시키려는
전략으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병역을 필하지 않았다는 점을 새로운
사실인양 선전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총재에 대해서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병역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조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정청사진 제시보다는 병역정국을 지속시켜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일념하에 "후보검증"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이대표 주변인사들
의 병역면제 사실까지 들추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에 뒤질세라 자민련 핵심당직자들의 병역미필을 거론하고
있다.

"누가 더 때가 덜 묻었느냐"를 가리자는 식이다.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 더없이 중요한 시기에, 또 연로한 부모나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걱정하면서까지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현역병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식과 형제를 군문에 떠나 보냈거나 앞으로 보내야할 가족들에게
정치인들이 할 말이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전원 물갈이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권은 깊이 명심하고 자중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정호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