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긴축경영 고삐를 더욱 죄어가고 있다.

당초 하반기들어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던 경기가 기아사태의
장기화와 금융불안 등으로 오히려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상태로라면 하반기 경영목표마저 달성이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그룹의 총수나 기조실장 등이 직접 나서, 계열사의
자금흐름을 챙기고 긴축경영, 내실경영을 독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이학수 비서실장이 직접나서 제일모직 중공업 전자
자동차 등 주요 계열사별 중.장기 경영계획을 점검하며 긴축경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은 특히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에 대비해 각사의 재무현황을
재점검한 것은 물론 중장기 사업계획의 자금흐름을 가상실험해 보는
등 진열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비서실이 직접 계열사의 경영실적을 챙긴 것은 3년만에
처음으로 이는 이는 하반기에도 경제현안의 해결조짐이 안보이는 등
현단계를 위기상황으로 파악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올해 8조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계획했으나 꼭 필요한 부문이
아니면 이를 연기하거나 포기하기로 했다.

구본무 회장도 이와 관련, 지난 19일 사장단회의를 열고 "기존투자에 대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신규계획분에 대해선 수익성 위주로 사업성을 다시
검토하라"고 강도높은 주문을 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하반기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마련과 함께
기존사업은 물론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수익성 검토를 재개하는 등
전면적인 사업성 평가에 들어갔다.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등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나 지난 4월 "제2의 관리혁명" 선언을 계기로
투자속도를 조절하는 등 안살림 다지기에 나섰다.

관리회계시스템을 정착하고 각 부서별로 10%의 경비를 절감하는 등
전사적인 원가절감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우중 회장도 최근 "단자사의 차입금은 최대한 줄이고 불요불급한 부동산
매입은 전면 중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경비는 10% 줄이고, 생산성은 10% 올리자"는 뜻의 "10.10"
운동을 더욱 강도깊게 실행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제조원가의 절감 등 생산분야는 물론 관리직들도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경영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은 연월차를 반납하는 등 긴축경영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도 하반기 경영목표를 "매출목표달성"과 "수익구조개선"의
두가지로 잡고 과감한 사업구조 조정과 재무구조의 개선, 제품 서비스
관리시스템 등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와관련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불필요한 부동산은
조기에 개발하던지 아니면 과감하게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쌍용그룹 한라그룹 등 여타 대기업그룹들도 인력감축과 부동산
매각 등 재무구조의 개선, 수익성 없는 사업에선 과감한 철수 등으로
그룹경영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초까지만해도 3.4분기쯤엔 경기저점이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아사태의 돌발 등으로 이제는 그 희망마저 없어졌다"며
"최근의 긴축경영은 단순한 경비절감 차원을 넘어 그룹의 생존을 위한
사업구조의 조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