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외환보유액을 수탁하는 형식으로 종금사들에
지원한 외화자금이 고금리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자금지원 첫째날(18일)에는 하루짜리 초단기로 운용된 것으로 드러나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방 종금사들을 긴급 지원키로 한
것은 지난 18일.

규모는 5억달러였고 자금 사용기한은 1주일.

종금사들에 직접 외환 공급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탓에 시중은행들에
외환을 수탁하고 여기서 종금사들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외화를 공급했다.

이에따라 LG 삼양 한길 금호 고려 경남 한솔등 7개 종금사들은 18일 오후
늦게 달러화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종금사들에 달러화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들은 이날
자금을 하루짜리 콜형태로 운영했다.

종금사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인 만큼 하루 이상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둘쨋날부터야 1주일짜리로 연장됐다.

종금사들의 반발과 외환당국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기한을 늘렸다.

시중은행들은 또 지원자금에 대한 금리도 18일 형성된 달러화 오버나잇 론
(하루짜리 콜자금) 금리인 6.5~7%를 적용했다.

한은의 예탁금리가 6%대임을 감안하면 최고 1% 가까운 마진을 챙겼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은의 달러화 지원자금이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운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공급한 자금이지만 종금사들에 대출을
해주는 주체는 자신들인 만큼 한은 수탁한도가 감소하는 것을 무릅써야
하고 대출에 따른 부담도 커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긴급자금 지원이 18일 오후 늦게야 이뤄진 데는 이같은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국의 외화자금난 해소 노력이 금융기관간의 엇갈린 이해탓에 꼬인 셈이다.

종금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내에 종금사들을 문제아로 취급하는 시각이
강해 지원역할을 아예 포기한 양상"이라며 "금융기관 사이의 협조시스템이
붕괴된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