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 심신이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조화롭게 타협하면서 우주의 진리를
깨우치게 되기도 하는데, 바둑을 두다 보면 증권시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은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증권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를 보는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반상에서 나타나는 변화무쌍한 흑백의
조화와 너무 흡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증권업협회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필자는 증권협회가 출자한 코스닥증권으로 옮겨온지 1년여 정도 지났지만
과거 20여년동안 근무를 해와 지금도 증협기우회 회원 자격으로 함께
바둑을 두면서 우의를 돈독히 다지고 있다.
증협기우회는 반기별로 1년에 두번 공식대회를 갖고 있으며 이밖에도
수시로 친목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회원들의 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기사를 초청하여 지도대국을 펼치기도
한다.
이렇게 회원들끼리 모여 때로는 밤늦게까지 바둑판을 앞에 두고 수담을
나누다 보면 서로의 성격과 인품을 잘 알수 있게 된다.
회원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회장인 박승현 총무부장, 실리의 대가인
오정환 상무, 포석의 고수인 임종록 홍보실장, 끝내기의 달인인 김상회
연수부장, 세력 바둑을 구사하는 김형곤 회원부장, 흑선 필승인 김명기
업무부장, 속기바둑의 일인자인 김보환 기획부장, 그리고 적진돌파에
뛰어난 유승완 과장과 이밖에도 한국기원에서 인정한 아마 5단인 성용헌
대리,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한 박천 대리를 비롯하여 30여명의 회원이 있다.
서로 만나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국을 펼치면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
못지 않게 끝나고 나서 천하 바둑계를 세치 혀끝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요리하고 평하면서 마시는 맥주 한잔의 편안함은 바둑애호가가 아니면
아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