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의 양대산맥인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가 캔음료 자동판매기 때문
에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주)는 최근 캔음료 자동판매기 23대에 대해 보상하라며 해태
음료(주)를 상대로 3천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했다.

문제가 된 자동판매기는 모두 롯데칠성 소유로 서울대공원 안에 설치돼 있
던 것.

서울대공원은 유동인구가 매우 많아 자판기 영업실적은 물론 광고효과까지
뛰어나다는 것이 롯데측의 설명이다.

롯데측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8월 해태음료 남부영업소장 등이 이 자판기들을 차량 11대에 나눠실
은 후 인근 야산에 버렸다.

롯데는 즉각 해태에 항의하고 자판기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뜻대로 이뤄
지지 않자 검찰에 형사고소를 하기도 했다.

사건발생 5개월만인 지난 1월 해태측은 23대 중 22대를 롯데측에 돌려줬지
만 해태측이 자판기 열쇠를 주지 않아 자판기를 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다.

롯데측은 서울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자판기에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한달 평균 217만원이므로 5개월간 1천여만원의 손해를 보았다"며 "또 광고효
과 등 무형의 영업이익을 상실한만큼 해태측은 위자료 2천만원도 함께 지급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롯데측은 그러나 "자판기 철수과정에 해태직원이 개입돼 있
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야산에 버려져 있는 자판기를 촬영한
사진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쟁사의 자판기를 임의로 절취해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분명
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태측은 이와관련, "서울대공원 자판기운영권을 갖게된 광림이라는 업체가
기존 롯데상품 판매자판기 관리업체에게 자판기 철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영업권다툼"이라며 "이 사건은 해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태는 또 "광림에 문의해보니 롯데측 자판기는 야산에 버려진게 아니라 회
사의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며 "검찰에서도 무혐의로 처리한 것으로 롯데측
주장은 억지다"고 밝혔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당사자가 대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천만
원이라는 액수는 중요치않다"며 "이번 사건은 음료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사의 감정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