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으로 선정된지 15일로 한달째를 맞으면서
그동안 초강경입장을 고수했던 정부 입장의 연성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강경식 부총리의 개별기업 개입불가 원칙이 기아그룹등 재계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경영진 퇴진없이는
기아그룹을 도울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다가는 "협력업체 연쇄부도
기아그룹 부도및 완성차업체 조업 차질 자동차산업 경쟁력 추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까지 14일 기아그룹을 방문, 지원의지를 과시
함에 따라 통상마찰소지가 없는 효율적인 기아살리기 대책을 마련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재경원은 채권금융단과 함께 기아사태 초기부터 기아그룹경영진의 비리
문제를 흘리면서까지 퇴진을 강력히 희망했는데도 김선홍회장이 물러나지
않자 지난 5일에는 채권금융단과 함께 기아하청업체에 대해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기세가 최근들어 차츰 꺾이고 있다.

더욱이 재경원 내부에서 기아그룹 처리대책을 깊숙이 논의한 문서까지
발견됨에 따라 재경원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여기에다가 청와대마저 기아사태에 좀더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강부총리에게
주문했다.

정부는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지난 12일 협력업체에 대한 특례보증한도
확대 방침을 발표했으며 13일에는 제일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 방침을 공식화
했다.

14일에는 은행 종금사에 대한 추가 외자지원 방침까지 나왔다.

재경원은 현정권내 기아그룹의 부도처리및 제3자인수는 대선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이뤄질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김회장의 퇴진압박을 다소 늦추면서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촉구한뒤
상황에 따라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지원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