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다가오고 있다.

세기말이 몇년 안남은 것이다.

그래서 1천년을 뜻하는 밀레니엄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밀레니엄은 기독교에서는 예수재림이후 1천년을 지칭하여 "천년왕국"
이라고 표현한다.

마침 "한국의 2000년, 세계의 2000년, 지구촌 밀레니엄"이란 주제로
제1회 밀레니엄 서울회의가 국내외 저명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회의는 앞으로의 1천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것인가에 관한
학술회의지만 지난 1천년간 한국은 세계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가
막상 더 궁금하다.

과거를 아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어있는 옥스퍼드대학 역사학교수
페르난데스 아메스토 저작 "멜리니엄"은 우리역사의 세계사적 위치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준다.

이 방대한 책에서 한국은 두가지가 중요하게 기술되었다.

첫째는 "거북선 함대"이다.

"조선수군은 해적에 대한 계속적인 작전경험과 기술혁신의 전통을 갖고
있었다.

해전의 목표는 적의 함선을 격침시키는 것이라는 관념이 서양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으나 조선은 충분히 이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우수한 군함이며 중포를 지닌 거북선이 숫적으로 월등한 일본함대를
무찌른 것은 다아는 얘기다.

문제는 이것이 근대초기 제국주의의 야욕을 꺾었다는 점이다.

그이후 3백년동안 일본제국주의는 침묵했다.

또한 이에 참전했던 중국의 왕조가 전비때문에 쇠망하고 새왕조가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는 한강의 기적이다.

일제시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인의 절규에 대한 대답은
"예"였다는 것이다.

"남한은 특수한 능력을 과시한-아니면 이례적 위업을 달성한-하나의
생생한 증거이다.

제3세계 상태에서 산업화를 그만큼 성공시킨 나라는 세계 어느곳에도
없다"

이와함께 쓴 사진은 가발공장 여공들의 작업광경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우리들의 머리털을 잘라 이를 가공하며 수출하는
가발산업으로 부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눈물로 시작한 산업화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