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이후 우리의 항공안전관리체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교통안전위원회(NTSB)같은 전문조사기구는 물론 해외사고시 긴급구난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조사국인 미국과의 항공외교 채널부재로 현장조사는 물론 희생자
치료 및 시신운구 등 사태수습과정에서 뒷북을 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건교부에 중앙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된후에도 부처간의 협조부족으로 정확한
현장상황파악이 지연됐다.

관계부처인 법무부 외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의 실무선에서는 일사불란
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사태수습을 위한 미국 정부와의 협조, 희생자 파악, 유가족 대책,
현장조사 등 곳곳에서 헛점이 나타났다.

항공기추락 사고원인 조사와 희생자 발굴 등 사고처리 과정에서 우리정부
당국이 배제된 것도 한국의 항공외교가 전무했음을 보여준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괌을 방문한 국내 의료진이 의사자격이 아닌
통역원 자격으로 괌 현지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외교능력의 부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ATA)의 규정인 속지주의에 따라 사고조사 주체는 미국
이라는 점을 인정해도 주권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입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항공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평소 정부는 항공외교에서 신규노선 개설이나 증편을 위한 항공협정에
치우쳐온 것이 사실이라고 건교부관계자는 실토했다.

항공외교 상대도 미국 국무성만을 파트너로 해왔다.

이번같은 항공안전사고 발생시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을 갖지 못해온
것이다.

미국의 경우 미연방항공안전국(FAA)이나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항공사고 업무를 총괄하고 있음에도 이들 기관이나 사람들을 알지 못해
사고발생후 협조를 받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상시기구나 기술력 부족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상시적인 안전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급조된 조직으로는 돌발사고에
기민하게 대응,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김종석박사(교통개발
연구원 항공실장)는 말한다.

미NTSB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 기구로 공로 철도 해상 항공사고 등 모든
교통사고에 대해 기술적인 원인조사와 사고예방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항공사고의 경우 별도 조직인 미연방항공청(FAA)와 합동으로
조사한다.

일본의 항공조사위원회는 교통부내 독립기구로서 항공사고의 원인조사 및
사고방지 대책의 수립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한후 중앙사고대책본부를 급조,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더욱이 평소 항공기 안전검사관련 기술도 부족해 상시적으로 항공기안전의
사전 예방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기 검사업무는 건설교통부 항공기술과, 서울지방항공청 및 부산지방
항공청의 검사공무원과 위촉검사원(항공사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로 효과적인업무수행이 어려운데다 항공사 직원인 위촉
검사원을 활용, 검사업무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상자를 후송하고 긴급조치를 취할 조난체계도
확립돼야 한다.

이번 사고가 괌이 아닌 국내 산간오지에서 발생했다면 생존자를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항공사고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사고발생시 대형참사가 빚어진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안전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