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멋쟁이가 되고 싶으면 벨벳의상을 준비하자.

벨벳이 97추동시즌의 가장 패셔너블한 의상소재로 떠올랐다.

벨벳의 유행은 지난해말부터 예고됐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벨벳의상 차림으로 등장했으며 세계 유명
소재전과 컬렉션에서도 벨벳이 급부상했다.

3월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잉글리시 페이션트)을 받은 배우
줄리엣 비노시는 중세유럽의 여왕처럼 깃을 빳빳이 세운 자주색 벨벳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96년말 열린 미국 MTV 뮤직비디오 시상식의 히로인이었던 배우 기네스
팰트로의 옷도 역시 벨벳소재의 선홍색 턱시도(구치)였다.

지난봄 파리에서 열린 대규모 원단전시회인 "프르미에르 비종"에서도
비닐느낌의 광택소재와 함께 벨벳이 최고 인기소재로 꼽혔다.

파리 밀라노 도쿄에서 열린 97추동컬렉션에도 벨벳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96년 추동시즌엔 "도나 카렌" "마틴 싯봉" 등 몇몇 브랜드에서만 사용
했으나 올 가을 의상에는 "장 폴 고티에" "돌체&가바나" "프라다" "알베르타
페레티" 등 거의 모든 브랜드가 벨벳을 이용했다.

대부분의 해외브랜드는 물론 국내브랜드까지 벨벳제품을 내놔 바야흐로
올 가을은 "벨벳의 계절"이 될 듯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벨벳의 최대장점은 우아함.

고급스런 광택과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귀족적인 느낌 때문에 예복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바탕천위에 융모가 촘촘하게 심어진 형태라 보온성도 뛰어나 가을 겨울
소재로 그만이다.

그러나 도톰한 두께 때문에 실루엣이 날렵해지지 않아 젊은층에게서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다.

이런 한계를 깬 것이 "번아웃 벨벳(Burned-out Velvet)".

바탕천 일부에만 융모를 심어 무게를 줄이고 실루엣도 몸매를 따라 흐르
도록 했다.

털 여부에 따라 섬세한 꽃무늬 댓잎무늬 물결무늬 등이 만들어진다.

"프라다"국내지사의 김원영씨는 "올 가을 벨벳소재 연출의 포인트는
관능적인 우아함"이라며 슬림라인의 롱스커트, 네크라인을 비대칭으로
처리한 원피스, 선이 부드러운 재킷 등을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꼽았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