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달라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불황기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지주회사를 조속히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법제연구원 최성근 수석연구원은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지주회사 제도 도입과제에 관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지배대상 기업의 지분을 필요한
만큼 보유하는 회사로 국내에서는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금지돼있다.

재계는 최근 정부가 그룹기획실이나 비서실 폐지를 추진하자 그룹전반을
관리할 본부조직의 필요성을 들어 지주회사 허용을 촉구해왔다.

최연구원은 "정부의 지주회사 설립금지는 기업의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헌법상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의 유연한
인사.노무관리, 신규사업 진출 등을 위해서라도 지주회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구원은 지주회사제의 역기능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제력 집중 문제와
관련, "증권거래법 조세법 회사법 등 관련법제도를 정비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이형규 한양대교수(법학과)는 "지주회사 금지는 법리적
문제점뿐만 아니라 경쟁법질서의 국제적 조화에도 어긋난다"며 "기업형태의
선택은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산업연구원 일본경제연구센터소장은 "일본이 지난 6월 지주회사를
허용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주회사를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로 남게됐다"고
지적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영효율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섭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은 "단계적으로 지주회사를 도입하되
허용범위는 일본처럼 자산규모에 따라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정부측 패널로 참가한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은 "경제력집중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주회사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재계의 인식과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