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법원에 화의를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
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4일 법원이 주택건설업체인 (주)동신에 대해 화의 인
가 결정을 내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 최근 1주사이에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인 (주)서울차량공업 서울차체공업 서울차륜공업등 3개사가 서울지법에 화의
를 신청했다.

특히 (주)동신에는 삼미 기아그룹등의 계열 협력사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
고 있는 상태여서 화의신청 기업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부실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왔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3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기아사태등 대기업들의 잇단 경영부실로 화의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3개의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를 비롯 출판업체인 (주)고
려원등 9개사가 화의를 신청했다.

이는 지난 한햇동안의 화의신청회사수가 2개사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비교
하면 엄청난 변화다.

(주)동신 자금부 이동형(이동형)대리는 "요즘들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들로부터 하루평균 4~5건씩 모두 50여건의 문의전화를 받고있다"며 "이 중에
는 삼미나 기아그룹 계열.협력회사등 굵직한 회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들의 화의신청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화의 인가결정을 받을 경우
구 사주가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영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법정관리와는 달리 화의는 법원의 관리감독
을 전혀 받지 않고 보유주식지분 역시 무효화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채무변제기간이 최고 20년에 이르는 법정관리보다 평균 5년이 걸리
는 화의가 채권금융기관들로서도 보다 쉽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업종이나 회사규모에 제한을 받지 않는등 화의개시요건이 까다롭지 않
아 일본의 경우 화의신청건수가 법정관리의 9배에 이른다.

서울지법의 정준영 판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중 자산규모가 안정
적이고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건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화의신청
을 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화의제도가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고 말
했다.

< 김인식 기자 >

< 화의제도란 >

법원 감독아래 회사와 채권자가 협의, 채무변제방법(화의조건)을 정하고
파산을 면하는 제도이다.

화의조건에는 원금상환시기, 지급이자율 등이 포함된다.

법원이 회사재산보전처분후 화의개시 결정을 내리면 회사는 화의조건을
만들어 채권자들에게 제시한다.

채권자의 4분의3 이상이 이에 찬성하면 화의는 가결되고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인가결정을 내린다.

화의 인가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에서 독립돼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