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 김종덕과 같은 조였던 스웨덴의
피터 헤드볼름(25)는 한 홀에서 두번이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해야
했다.

12번홀에서 헤드볼름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며 낮은 향나무 숲에
박혀 버렸다.

헤드볼름은 어쩔 수 없이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언플레이어블 선언"에서의 옵션은 3가지.

원래 쳤던 곳으로 가거나 두 클럽길이 드롭, 그리고 볼과 홀을 있는
직선상의 후방선상 드롭이다.

헤드볼름은 두클럽 드롭을 택했다.

원위치로 가자니 거리상으로 1타손실이 더 있는 셈이고 후방선상 드롭을
하자니 커다란 떡갈나무가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나 헤드볼름이 드롭한 볼은 내리막 경사면을 타고 구르며 다시
향나무 바로 옆에 멈춰섰다.

풀이 워낙 길어 볼이 정지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던 것.

그의 드롭은 규정상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헤드볼름은 그 구렁텅이 속의
볼을 그냥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간신히 쳐 낸 그 볼은 단지 5m 전진에 그치며 다시 향나무 속에
쳐박혔다.

그는 또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결국 그는 6온 2퍼트로 쿼드루플보기 (더블 파)을 기록했고 그때까지의
중간합계 2언더파에서 졸지에 2오버가 됐다.

결과적으로 헤드볼름은 2라운드 합계 6오버파를 기록, 단 1타차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헤드볼름 케이스에 대해 김종덕은 "떡갈나무를 넘어서라도 후방선상
드롭을 해야 했다"고 단언했다.

떡갈나무 뒤로 갔으면 그래도 드롭할 장소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

후방선상 드롭은 아마추어들도 간과하기 쉬운 선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