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례기' 30년만에 재출간 .. 방영웅씨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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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창작과 비평" 여름~겨울호에 연재돼 화제를 일으켰던 방영웅
(55)씨의 소설 "분례기"가 30년만에 재출간됐다.
초판 (홍익출판사)의 군더더기를 걸러내고 미진한 대목을 보완, "친정"인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것.
공모에서 탈락한 이 작품이 방씨의 대표작이 된 것은 당시 최종심사에
참여했던 이호철씨가 "떨어뜨리기에는 넘 아깝다"며 백낙청씨에게 원고를
보여줬기 때문.
"창작과 비평"창간 뒤 새로운 작가를 찾던 백씨는 "이 작품 발견을 큰
수확으로 여겨 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전편을 소개하기로 했다"는 편집자의
말과 함께 창비에 실었다.
3회에 걸쳐 분재된 "분례기"는 파격적인 언어와 다채로운 묘사, 인습에
대한 저항의식등에 힘입어 엄청난 반양을 일으켰다.
이는 곧바로 신생 계간지 "창비"의 매진사태로 이어졌다.
절박한 충청도 사투리와 등장인물들의 강렬한 개성도 작품을 "튀게"했던
요소다.
주인공은 변소에서 났다고 똥례로 불리는 분례.
그녀는 고자인줄 알았던 용팔이게 겁탈당한 뒤, 노름꾼이자 여자를
네번이나 갈아치운 영철과 결혼한다.
혼전순결에 대한 자책속에서도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는 판돈을
가지러 온 영철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고 서방질했다는 누명을 쓴채
쫓겨난 뒤 집으로 돌아오다 과수원 머슴들에게 윤간까지 당하자 실성한다.
영철과 남성위주의 사회규범은 결국 한 여인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동네여자들의 팔자타령도 강박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
그녀의 광기는 저항의 다른 이름이다.
이 작품에는 또 시어머니 노랑녀, 기생 옥화, 용팔의 처 병춘, 병춘을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옥화를 임신시키는 콩조지 등 주인공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공범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마저 숨겨진 억앞의 희생자임을 암시한다.
이같은 장치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가장 잘 드러내는 우리 소설의
전통미학" (문학평론가 방민호)이라는 호평을 얻게 했다.
작가는 요즘 장편 "되모시꽃" 집필에 여념이 없다.
92년 장편 "금조산"이후 5년만에 선보일 이 작품은 이혼하고도 처녀
행세를 하는 "되모시"와 꽃 이미지를 접목시킨 것으로 연말께 완성될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
(55)씨의 소설 "분례기"가 30년만에 재출간됐다.
초판 (홍익출판사)의 군더더기를 걸러내고 미진한 대목을 보완, "친정"인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것.
공모에서 탈락한 이 작품이 방씨의 대표작이 된 것은 당시 최종심사에
참여했던 이호철씨가 "떨어뜨리기에는 넘 아깝다"며 백낙청씨에게 원고를
보여줬기 때문.
"창작과 비평"창간 뒤 새로운 작가를 찾던 백씨는 "이 작품 발견을 큰
수확으로 여겨 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전편을 소개하기로 했다"는 편집자의
말과 함께 창비에 실었다.
3회에 걸쳐 분재된 "분례기"는 파격적인 언어와 다채로운 묘사, 인습에
대한 저항의식등에 힘입어 엄청난 반양을 일으켰다.
이는 곧바로 신생 계간지 "창비"의 매진사태로 이어졌다.
절박한 충청도 사투리와 등장인물들의 강렬한 개성도 작품을 "튀게"했던
요소다.
주인공은 변소에서 났다고 똥례로 불리는 분례.
그녀는 고자인줄 알았던 용팔이게 겁탈당한 뒤, 노름꾼이자 여자를
네번이나 갈아치운 영철과 결혼한다.
혼전순결에 대한 자책속에서도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는 판돈을
가지러 온 영철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고 서방질했다는 누명을 쓴채
쫓겨난 뒤 집으로 돌아오다 과수원 머슴들에게 윤간까지 당하자 실성한다.
영철과 남성위주의 사회규범은 결국 한 여인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동네여자들의 팔자타령도 강박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
그녀의 광기는 저항의 다른 이름이다.
이 작품에는 또 시어머니 노랑녀, 기생 옥화, 용팔의 처 병춘, 병춘을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옥화를 임신시키는 콩조지 등 주인공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공범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마저 숨겨진 억앞의 희생자임을 암시한다.
이같은 장치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가장 잘 드러내는 우리 소설의
전통미학" (문학평론가 방민호)이라는 호평을 얻게 했다.
작가는 요즘 장편 "되모시꽃" 집필에 여념이 없다.
92년 장편 "금조산"이후 5년만에 선보일 이 작품은 이혼하고도 처녀
행세를 하는 "되모시"와 꽃 이미지를 접목시킨 것으로 연말께 완성될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