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연세대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흡연은 구강을 통해 이뤄지므로 다른 신체보다 구강과 그 주변부의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

무엇보다도 담배에 함유된 많은 유해물질과 발암물질은 구강점막을
곧바로 자극한다.

이들 화학물질은 우선 니코틴성 구내염을 일으킨다.

니코틴성 구내염은 희귀한 백반증의 하나로 파이프담배나 궐련을
과도하게 피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초기에는 입천장이 붉지만 점점 회백색으로 변해 주름이 잡히며
더 진행되면 침분비선의 주변과 연구개(살이 연한 입천장 안쪽)에
두껍고 작고 도톰한 백색돌기가 형성된다.

담배를 끊으면 종종 니코틴성 구내염은 회복되지만 암을 일으키는
전단계가 될수 있다.

백반증은 부드럽고 다소 투명한 백색병소에서부터 두껍고 균열이 있으며
딱딱한 병소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대개 양성이지만 악성일수도 있으므로 조직생검을 통한 확진이 필요하다.

현재 백반증의 악성전이율은 3~5%로 알려지고 있는데 위험도가 높은 곳은
구강의 바닥부분과 혀의 뒷면이다.

의심되는 부위는 완전절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백반증은 흡연외에 잘맞지 않는 틀니, 부러진 치아, 과도한 음주,
비타민 A B결핍 등과도 관련이 깊어 주의해야 한다.

흡연자는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구순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매우 높다.

2백g이상의 알코올을 매일 마시고 흡연을 같이하면 두경부에 암이 생길
위험이 상당히 커진다.

또한 담배피는 사람치고 구취가 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담배중 자극이 강한 일부 성분은 구강점막이나 위장관점막으로 흡수돼
혈류를 타고 순환하다 미세한 폐에서 산소교환이 이뤄질때 폐포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생기는 구취를 없애기 위해 구취제거제를 사용, 일시적으로 구취를
없애기도 하지만 설탕이나 구연산함량이 높아 오히려 충치(치아우식증)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흡연은 치석도 증가시킨다.

흡연으로 타액분비가 늘어나고 타액의 수소이온농도(pH)가 올라가면서
칼슘및 인산염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런 타액의 액성변화에 의해 치태의 조성도 변해 치태의 석회화가
진행되면서 치석이 많아지게 된다.

또 흡연으로 혈관수축작용을 일으키는 니코틴의 혈중농도가 올라가면
최대 1시간가량 치은조직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된다.

이로인해 몸전체를 순환하는 항체의 공급도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면역기능도 약해진다.

특히 다형핵백혈구의 기능을 저하시켜 이물질을 삼키고 해로운 세균을
소화시켜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따라 세균침투에 대한 구강조직의 방어능력이 감소되므로 구강내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된다.

이를 뽑거나 잇몸치료를 받을때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밖에도 흡연은 치아를 착색시켜 보기에 좋지않게 만든다.

건강한 치아를 위해 금연, 청결한 구강위생, 적합한 틀니착용과 보철치료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