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뒤 당내외 인사들의 줄서기와
과잉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국회대표위원실에서 열린 당직자
회의에서도 "자리"를 놓고 의원들간에 "볼썽 사나운" 설전이 벌어졌다.

이대표 주재로 오전 9시에 시작된 이날 회의에 지각 참석한 정형근 정세분석
위원장과 하순봉 전대표비서실장 사이에 당직자회의 참석여부를 놓고 설전과
고함 소동이 일어났던 것.

하 전실장은 회의시간이 지나도록 정위원장 등 일부 당직자들이 참석하지
않자 비서진들에게 "의자를 치우라"고 지시, 아예 자리를 없애버렸다.

뒤늦게 대표위원실에 도착한 정위원장은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 것에 흥분,
불쾌해 하며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뒤 하전실장에 전화를 걸어
강력하게 항의.

정위원장은 "(이대표쪽에) 줄을 제대로 안섰다고 그런 것이냐"고 흥분했고
하전실장은 "이 사람 이거 왜 이래"라고 맞고함치는 등 고성이 오갔다.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던 일부 당관계자들은 "하 전실장은 전임 대표비서실장
인데 왜 당직자회의에 참석하느냐"는 의아심을 표시했고 하 전실장은 참석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없이 어색한 웃음만 지은채 답변을
회피했다.

"전당대회에서 신임대표만 임명됐을뿐 대표비서실장이 새로 임명된 것은
아니므로 당직자회의 참석자격이 없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하 전실장이 답변을 못하자 이윤성 대변인이 나서 "관례일뿐"이라고
얼버무렸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