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쏟아낸다고 제품이 잘 팔리는 것만은 아니다.

어느 업종보다 광고비 지출이 많은 화장품업계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이를
증명하듯 광고비지출과 매출신장률은 반비례 현상을 보였다.

21일 화장품업계가 집계한 상반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10대 화장품회사
가운데 코리아나가 작년동기보다 매출이 12.3% 신장, 가장 장사를 잘한
업체로 꼽혔다.

그러나 이 업체는 광고비용이 매출액의 2.3%에 불과해 10대 화장품회사
중에서 매출액 대비 광고비 지출이 가장 적었다.

또 매출액의 3.3%를 광고비로 지출한 한불화장품은 매출신장률이 10.3%로
2위를 달렸으며 LG생활건강은 광고비 비중은 4.7%로 끝에서 네번째였으나
매출은 8%가 신장, 4위를 차지했다.

반면 6.7%로 매출액대비 광고비 지출 1위를 기록한 쥬리아는 매출이
오히려 6.9%나 줄었으며 또 광고비 비중이 네번째로 큰 피어리스(5.7%)도
매출이 1.3% 줄어들었다.

또 광고비 비중이 두번째로 큰 나드리(6.5%)도 매출신장률은 2.4%로
극히 부진했다.

이처럼 올들어 화장품업계에서 광고비를 많이 쓴 업체들이 대부분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인 것은 올해부터 "오픈프라이스"(판매자가격표시)제가 실시
되면서 화장품값의 가격거품이 거의 제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광고를 많이 한
제품들은 가격을 높게 책정했으나 올해부터는 품질이 떨어지면 판매가도
떨어져 매출이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희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