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국제사회에서 정체성이 가장 심하고 비상식적인 곳은 북한이
아닌가 싶다.

50여년 동안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김일성이 사망한 지 벌써 만 3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북한체제는 변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체제의 경직성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으며 만 3년이라는 세월동안 최고통치자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비상식적인 통치행태를 엿보게 된다.

지난 3년간 북한은 죽은 자의 혼령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른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고, 김일성시신을
보관하는 장소가 최고의 성지가 된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로인해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는데도 경제개발은 뒷전인채 현실성없는
정책에 연연하며 막대한 예산을 탕진하는 꼴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최고통치자의 자리가 3년이 지나도록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실로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하기야 북한의 당면과제는 경제난해결이라는 점을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력 강화에 힘을 더 기울이는가 하면,
우리 언론에까지 갖은 공갈과 협박을 서슴지않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 북한이고 보면 상식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 쑥스러울 정도다.

진정 북한은 변해야 한다.

이처럼 죽은 자에 매달려 예산을 탕진하고 비상식적 행태를 되풀이하면
그 결과는 세계인의 조롱과 파멸뿐이라는 점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우상화에 쓰는 돈을 일부만이라도 식량구입에 돌리면 주민들의
기근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는데 북한은 더 이상 죽은 자의 망령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성을 바탕으로 한 상식 차원에서 체제변화를 도모하기 바란다.

홍승주 < 서울 서초구 양재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