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영상사업단 (대표 이중구)이 연이은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계열사인 서우영화사가 제작비 3백50만달러중 1백만달러를 부담한
"부에노스 아이레스"(감독 왕가위)가 공연윤리위원회 재심에서도 수입불허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영화수입사상 최고액인 5백30만달러
(약 45억원)를 주고 들여온 "제5원소" 삭제 소동에 휘말린 것.

더욱이 이 문제는 "제5원소" 개봉에 맞춰 내한한 뤽 베송 감독의
인터뷰장에서 발생,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게 됐다.

필름 삭제사실을 모르던 뤽 베송 감독이 지난1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국내 수입사가 약 8분을 삭제, 1시간52분 분량만 상영된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놀라 방송출연 상영관방문 등을 취소하고
18일 출국한 것.

삭제부분은 주인공들의 성애장면.

수입사인 삼성영상사업단은 "공륜으로부터 중학생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자진 삭제했다"고 밝혔다.

<>.등급완화나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한 임의삭제는 전에도 종종 있던 일.

국내 영화는 물론 외국 영화의 경우에도 수입사와 상영관의 암묵적
합의속에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따라서 삼성영상사업단의 불운을 동정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두 문제 발생과정에서 삼성의 태도는 "운이 없다고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경우 "괘씸죄에 걸렸다"는 견해도 있지만
어쨌거나 합작신고 없이 뒤늦게 "합작영화로 대접해달라"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다.

왕가위 감독은 한국의 수입불허 조치를 칸영화제 사무국에 통보하고
예정대로 21일 내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뤽 베송의 강경한 태도에 놀란 삼성영상사업단은 18일 "원본을
가져다 공륜 심의신청을 다시 내겠다"고 밝혔으나 임의삭제 관행이 해외에
알려져 대외이미지 실추는 피할수 없게 됐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