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부도방지협약이 적용되면서 향후 기아의 경영권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앞으로 두달간 그룹계열사들의 정상화일정 논의에 맞춰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위기관리와 분위기 일신측면에서 김선홍
회장의 조기퇴진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또 시기야 어떻든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김회장이 물러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게 채권은행단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물론 기아그룹의 차기경영권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의 여부는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주식소유가 복잡하게 분산돼있는데다 종업원지주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단은 그러나 기아자동차등 주력계열사의 제3자 인수를 전제로
현대 삼성 LG등의 삼파전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동안 기아에 대해 노골적인 인수공세를 펴왔던 삼성과 자동차시장 경쟁
에서 삼성을 따돌리려는 현대간 각축외에 기아자동차의 해외판매대행 등으로
연고를 내세운 LG그룹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그룹은 기아가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15일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5백억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를 전격 인수, 주목을
끌고 있다.

19.5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포드 마쓰다 이토추등 해외제휴선들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들 해외합작선이 직접 경영권인수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어느
그룹을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영권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

또 기아내부에서 경영권을 재창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정부의 의중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부가 기아를 부실로 몰고간 현 경영진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경영을 다시 맡기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