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은 연일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학교폭력 추방대책본부 를 설치, 집중단속을 벌일 방침을 정하는 등
위험수위에 도달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우리의 청소년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문제점을 여러곳에서 지적했지만 이 지경에까지 이를
줄 상상도 못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번호를 뽑아 급우를 집단폭행하고,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을 폭행하는 패륜을 저지르는가 하면 같은 학교 학생을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는 것이 오늘날 학교폭력의 현주소라고 하니 놀라움을
감출길 없다.

항상 정겹고 서로 의지가 돼야 할 학교 급우들이 이제는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폭력이 이렇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청소년들을
제대로 선도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을 부인해서는 결코 안될 줄 안다.

중학생만 되면 가정교육은 없어지고 전적으로 학교에만 책임을 묻는
가정교육풍토를 비롯 집만 나서면 널려 있다시피한 청소년 유해환경-
이런것들이 학교폭력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우리의 책임일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근절을 정부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줄이자는 노력을 어느 한곳에만 맡겨 두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가 되는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학교폭력 근절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민희정 < 경기 성남시분당구 정자동 정든마을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