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스 베이비로션, 깨끗해요"

화장기없는 순한 얼굴의 미소녀가, 특별히 유혹하고자 하는 꿍꿍이 속도
없이, 그저 한두마디 던지는 미국 존슨&존슨(J&J)의 광고카피.

J&J는 이 광고카피만큼 한국시장에 생소하다.

어떤 업종을 주종목으로 하고 도대체 얼마나 큰 회사인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광고카피대로라면 그저 어린애들에게 바르는 로션이나 만드는 회사로
생각될 뿐이다.

물론 J&J는 오일이나 로션 샴푸같은 제품을 만든다.

회사에서는 소비재부문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문의료용품과 제약부문이 소비재부문과 함께 J&J를 "삼발이"형태로
떠받치고 있다.

매출구성비율도 세 부문이 거의 비슷하게 차지한다.

특히 의약품분야에서는 세계최고의 기업이란 평점을 받고 있다(95년
포천지).

그 사령탑이 랠프 라슨이다.

89년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른 전문경영인으로 미국 전신전화(AT&T)
제록스 등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는 "경영의 프로"다.

그는 외과의사처럼 붙이고 떼는 일에 장기를 갖고 있다.

능력있는 회사는 거둬들이고 비전이 없어보이는 회사는 떼내버리는
기술이다.

라슨 회장은 일찍이 90년 회사의 진로방향을 대내외에 천명한 바있다.

선문답같은 얘기는 차치하고 그 핵심은 기술있는 알짜배기 기업을 발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본사에서는 이들을 묶기만 하면 된다.

"묶되 묶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묶는 것"이 J&J만의 비결이다.

IBM같은 대기업은 비대해진 조직을 관리하기 어려워 "공룡"이 됐지만
J&J는 합치면 공룡을 능가할 만한 파워를 가진 "개미군단"이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의 요인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장기적 시각을 갖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권한의 분산입니다.

J&J의 경우 전세계에 1백70개의 자회사와 출자회사를 거느립니다.

각각의 사장들이 알아서 합니다.

셋째 회사의 신조를 두는 것입니다.

고객에 대해, 사원에 대해,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해 책임있는 경영을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됩니다"

라슨 회장은 이중에서도 장기적 시각을 갖고 매수와 제휴를 성사시키는데
귀재다.

최근 5년동안에만도 30개이상의 기업을 사들였다.

대부분은 소규모의 회사들이지만 대형투자도 감행한다.

화장품회사 뉴트로지나에 10억달러, 혈관내부치료약품전문의 코디스에
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코닥의 진단약부문은 10억달러에 물려받았다.

물론 이 회사가 관여하는 라이선스나 공동연구프로젝트도 수백건에 달한다.

이처럼 매수나 제휴에 활발히 참여하다보니 라슨 회장이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매수를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갖지 못하는 중요한 기술을 손에 쥐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제품의 유통망이 일거에 수십배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회사 저 회사를 사들이는 것만은 아니다.

성장성이 없으면 서슴없이 잘라내야 한다.

최근 5년간 매각한 회사가 15개에 이른다.

결국 라슨은 민첩한 조직의 활력을 항상 고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회사를 붙이고 떼는 과정속에서 "그룹은 전체적으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약력 ]

<>38년 뉴욕 출생. 오프스트라대학 졸업
<>62년 존슨&존슨 입사. 제조 물류부문에서 활동
<>80년 자회사 마케팅담당 부사장
<>87년 이사
<>89년 회장겸 CEO
현재 AT&T와 제록스 등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음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