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합동연설회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부 후보가 금품살포설과
흑색선전물 배포에 대한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경선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서 심각한 경선후유증이 예상된다.

특히 이수성 박찬종 고문진영은 "이수성 가계 괴문서 유포사건"과 "일부
후보의 금품매수설"을 거론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을 경우 경선
후유증이 일어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이고문측의 이재오 대변인은 연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괴문서 유포사건"을
경선전까지 명백히 밝혀내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선후유증이 예상된다고
경고하며 당 선관위를 압박하고 있다.

박고문도 연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선의 불공정성과 불법성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만약 불공정 경선을 통해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과 당이 승복
하지 않을 것이며 그 후보가 도중하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급기야
전당대회 연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박고문은 특히 "지금 일부 후보들의 경우는 불공정 수준이 공권력을 발동해
강제수사를 해야 할 단계"라며 "당지도부는 즉각 당기위를 소집해 대의원을
자유롭게 하는 획기적 조치를 이번 주말까지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발언이 경선전략을 위한 계산된 발언인지 아니면 경선이후이 독자적
행보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경선후유증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두 고문은 최근 정발협
해체와 이회장 대표 사퇴문제 등 혼란한 경선정국 속에서 결과적으로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입파로 당에 투신, 민주계의 집단적 지지에 기대를 걸었던 후보들
로 최근 민주계의 사분오열 이인제 후보의 인기상승 등으로 경선가도에서
기댈 언덕이 무너져내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조성되고 있는 당내 경선의 불리한 국면을
의식, 이수성 박찬종 고문이 경선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당을 떠나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고문의 향후 행보와 관련, 구여권과 대구 경북(TK) 세력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충청권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 경기도의 민정계 출신
이한동 고문 TK출신의 이후보 등 3자를 축으로 한 중부권 벨트를 형성해
정치권을 재편한다는 내용이다.

또 박고문은 시간이 갈수록 당내 대의원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내심 기대를 걸었던 "김심"과 정발협의 지지가 사실상 무산돼 경선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대한 불안감으로 탈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위험부담이 높은 탈당이나 독자출마라는 초강수의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 것이냐는 전망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현재까지는 우세한 편이다.

지난 92년 민자당 경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 맞섰던 이종찬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 탈당한 이후의 정치적 역정을 상기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때문에 이수성 박찬종고문이 합창하고 있는 "경선후유증" 경고 공세는
우선은 최근 경선 세불리를 만회하기 위한 경선전략인 동시에 조만간 가시화
될 다른 후보와의 연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선의 불공정성 시비를 제기, 선두주자인 이회창 고문을 겨냥하는 한편
나머지 후보들간의 연대명분을 쌓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