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잘린 구급대원의 시체가 발견된다.

다음날 시체가 없어지고 머리는 폐기물처리소에서 발견된다.

검사를 해본 결과 머리는 온통 암세포다.

과연 몸통은 어디 갔을까.

7일 밤 11시 KBS2TV에서 방영된 "X파일"의 "도마뱀 인가"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구급대원은 잘린 꼬리를 복원할 수 있는 도마뱀처럼 잘린 팔다리며
머리까지도 마음대로 바꿀수 있는 도마뱀인간.

암세포를 먹고 살기 때문에 이를 구하려 구급대원이 됐으며 두번이나
죽었으나 계속 살아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수 없는 얘기다.

"X파일"은 이처럼 초현실세계의 사건을 다루는 FBI요원 2명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신비한 소재를 치밀한 구성과 긴박한 전개 등으로 극화시킨다.

수시로 X레이 촬령과 현미경을 통한 뇌세포검사 장면을 내보내는 등
과학 수사드라마를 방불케한다.

프로그램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도 단순한 귀신이야기와는 다르다.

우주인과 전생얘기 등 비합리적이지만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다룬다.

따라서 시청자를 비현실세계에 빠지도록 해 현실의 고민을 잊게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듯 보인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정보화시대에 야기되는 정신적 소외감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시청자가 청소년인 것도 그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중파TV에서 상식이나 일상을
벗어난 초현상을 얘기하는 것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비합리적인 신비스러움에서 재미를 찾도록 하는 것은 암울하게까지
비쳐진다.

"X파일"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인터넷 관련 사이트만 수백개이고 관련서적도 수십권이다.

우리나라에도 X파일동호회가 있을 정도다.

이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가 우리 사회의 왜곡성을 드러내는 것같아
씁쓸하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