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화의 가치폭락으로 삼성전자 대한항공 현대건설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방콕무역관과 현지 한국업계에 따르면
태국 통화(바트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이는등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마다 환차손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등은 선물환거래를 확대하고 현지에서 빌린 달러 빚을 서둘러
갚는등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총동원중이다.

태국에서 나이키 신발하청공장을 가동중인 화승 인더스트리의 경우
태국밖에서 조달하고있는 주요 원부자재의 구매계약이 달러화로 돼있어
원가압력이 갈수록 커지고있다고 밝혔다.

태국 현지에서 사들이는 일부 신발 원자재의 경우에도 현지 공급업자들이
바트화의 추가폭락을 감안, 터무니 없이 웃돈을 요구하고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에서 컬러TV VTR 세탁기등을 생산중인 삼성전자의 경우엔 이번
사태로 태국에 대한 장기투자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러나 태국경제가 현재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내수시장의
기반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그동안 추진해온 냉장고 생산 계획은 그대로
밀고나갈 방침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사태로 원가흡수력이 나은 태국현지업체
(타이항공)와의 경쟁여건이 급격하게 나빠져 고심하고있다.

대한항공의 현지지사는 환차손 억제를 위해 다른 외국항공사들과 함께
가격조정(운임인상)을 시도중이나 시장주도자인 현지항공사(타이항공)측의
반대로 성사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털어놨다.

현대건설등 그동안 동남아특수를 누려온 건설업계는 "현지화(바트화)는
전량 현지에서 소화한다"는 전략으로 이번 사태의 피해를 가능한 줄여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의 방콕지사 관계자는 "현지법인자격을 취득, 외국회사에 주어지는
금융불이익부터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태국뿐만아니라 말레이시아등 동남아전체의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는 사태에 대비,현재 남아있는 현지통화를 가능한한
빠른시일안에 소비하고 이 지역에서 거래를 할때는 지불조건(통화구성등)을
최우선 검토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국내기업들의 태국투자는 1백18건 24억3천1백만달러에 이른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