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기관 진입제한 완화와 기업재무 관리개선방안은
금융개혁위원회가 건의했던 수준에서 상당폭 후퇴한 것이다.

진입규제와 관련해서는 과감한 개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완고한 현체제
고수를 골자로 담고 있다.

또 재무관리및 공시제도 개선에서는 일보 진전된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당초의 방안보다는 대체로 현실을 수용한 부분이 많았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책에 대해 경제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진입규제문제는 금리자유화, 중앙은행제도개편, 금융상품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개혁의 골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날의 발표 내용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에 미흡하다는 평을 듣게 됐다.

우선 은행과 증권업의 진입제한은 현행제도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투자신탁과 선물거래회사등도 모두 내년 또는 그이후에 가서나 문호개방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진입제한 완화는 내년이후 2~3개 은행이 새로
선보이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국으로 볼때는 두가지 제약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규제와 상품규제를 최근 대폭으로 풀어놓은 만큼 금융시장의 흐름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또하나는 금융 시장 개방과 관련된 국제협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풀땐 풀더라도 일단 묶어 놓고 보자는 전략적 측면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기관 진입규제 문제는 다자간 투자협상등 국제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것 같다.

이날 더욱 관심을 끈 분야는 재무관리및 공시제도 개혁방안이다.

집단소송제도는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할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는 점에서
그간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경영견제 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표소송만 허용해 왔던 국내법조계가 과연 집단소송제도를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결합재무제표를 오는 2000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키로 한 것은 또 한차례
경제계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동안에는 지분율 35% 이상인 계열사에만 적용되는등 한계가 있었던 만큼
이를 30대 그룹에 속한 전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98년에서 2년 늦춰 기업들의 고충을
나름대로 덜어주었다고 재경원은 자평하고 있다.

결국 금융개혁을 놓고 중앙은행과 경제계의 반발에 부딪친 재경원이 일단
한발 빼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