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소요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자료에 따르면 요즘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뿐만아니라 영종도신공항등 다른 대형국책사업의
사업비도 처음 계획보다 2~3배 정도 늘어나 현재까지의 예산증가액이
올해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32조5천2백98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완료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건교부측의
해명대로 그동안의 물가상승에 따른 지출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한다해도 이같은 국책사업비 팽창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범정부차원에서 이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며 특히 두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는 대형국책사업의 기획및 기본설계 단계부터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댐 도로 항만 철도 공항 등의 대형국책사업에는 타당성검토 재원조달
입지선정 등과 관련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정지역 또는 이해집단의 부당한 청탁과 압력이 개입되기 쉽기
때문에 여론의 철저한 검증과 비판을 받아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몇몇 고위관계자들의 자의적인 결정이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거의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현실이다.

특히 타당성이 약한 사업일수록 흔히 처음에는 소요예산을 턱없이 적게
잡아 일단 사업을 시작한뒤 설계변경을 통해 소요예산을 늘리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요예산의 팽창은 처음부터 예정된거나 마찬가지이며
예예산증액이 쉽지 않을 경우에는 몇해씩 공사가 방치되거나 아니면
부실공사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선 벌려놓고 보자는 식으로 대형국책사업을 서둘러 착공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견제장칙 마련되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업추진주체가 효율적으로 일을 할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대형국책사업의 경우 관련부처가 많아 자칫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기
쉬우며 오랜기간 사업이 계속 되다보면 예산확보경쟁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일 앞으로는 청와대에서 경부고속철도공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아무리 시장자율시대라고 하지만 어차피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이고
관계부처및 기관간의 협조부족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면 국정을
최종 책임지는 청와대가 사업추진을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형국책사업은 하나같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뿐만아니라 완료된 뒤에도
국민경제에 두고두고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획및 기본설계부터 시공완료까지 철저한 검 이 필요하며
최종책임은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