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0시30분 성수대교 교량위 재개통 식장.

2년8개월전 다리상판이 떨어져나간 바로 그 자리에서 서른 두 송이 하얀
국화가 한강 물위로 떨어져 내렸다.

"광수야 광수야"

희생자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한 유족의 모습이 참석자를 숙연케 했다.

그것은 개통식이라기보다는 추모식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침통한 표정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한 시관계자의 말대로 "이런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날 성수대교 재개통식에는 건설현장소장이 시공자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증정했다.

새 교량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안전선언문도 낭독됐다.

조순 서울시장도 인사말을 통해 "부실의 상징이 안전의 상징으로 탈바꿈
하길 기대한다"며 "부실공사는 없다는 새로운 건설문화를 성숙시키자"고
호소했다.

이 모든 염원속에 성수대교는 복구됐다.

새 교량위를 신나게 질주하는 차량을 보면 그 날의 상처는 사라진 듯하다.

마치 "부실공사추방"이란 숙제가 성수대교 재개통으로 다 해결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빨리빨리" "대충대충"이란 오랜 관행이 근절됐는가라는 질문에
딱부러지게 대답할 수 있는 공직자나 건설관계자는 얼마나 될까.

또 그 말을 믿는 국민들은 어느 정도일까.

단군이래 최대 역사라는 경부고속철도가 처음부터 부실투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얼마전 밝혀졌다.

신축아파트 축대가 비에 무너져내린 일도 있었다.

공사현장마다 벌어진 부실공사추방대회가 구호에만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다.

너울너울 다리 난간아래로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며 이 땅의 모든 부실도
함께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김준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