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허덕이는 우리경제에 원기를 북돋우는 청량제임에 틀림없다.
중동붐 이후 오랜 침체기를 거친 끝에 국내 건설업계의 끈질긴 노력이
드디어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비록 지금은 우리경제가 어렵지만
구조조정의 아픔을 견디고 나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올상반기 수주실적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4%나 증가한 71억2천7백만달러이며 올하반기에 리비아 대수로 3단계공사를
수주하면 연말까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81년의 1백37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관계당국과 업계의 노고를 치하하며 동시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는 심정으로 몇가지 점에 주의를 환기시고자 한다.
첫째는 수주실적도 좋지만 부가가치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워 무리하게 진출했다 엄청난 손해를 봤던
중동건설붐 때와는 달리 요즘에는 우리 건설업계도 금융 기술 경영 등에서
상당히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공사를 발주하는 기관의 자금력이 약한 아시아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수주업체가 직접 공사자금을 조달하는 투자개발형
공사 비중이 전체 수주실적의 30%를 차지했다.
또한 선진국의 특수기술과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을 적절히 조합해
활용하는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 설계 기획 공정관리 감리 자재조달 등 시공을 제외한
다른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으며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취약한 실정이다.
아울러 프로젝트 파이낸스 등금융관련 노하우도 좀더 갈고 닦아야
하겠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선진국 건설시장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실적중 중국의 14억달러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지역이 전체의 74%를 차지해 압도적이며 다음을 중동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주도로 정부조달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건설시장의 진출기회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제도나 노사문제 등 공사환경이 낯설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기술 환경 안전 등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고 시장규모도
크기 때문에 선진국 건설시장진출을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끝으로 시급한 과제는 국내 부실공사의 일소다.
때맞춰 성수대교 복구공사가 끝나고 어제 재개통됨에 따라 "밖에서는
잘하면서 안에서는 왜 이모양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수많은 죄없는 목숨들을 앗아간 성수대교는 철저한 시공으로 다시
지어졌지만 붕괴당시의 충격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울수 없을 것이다.
이제 국내 건설업계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대로
국내의 부실공사를 근절하지 않고는 해외건설시장에서 도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