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 사퇴 이후의 여권 대통령후보 경선판세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대표가 정치권에서 흔히 얘기하는 지지율 7%선의 프리미엄을 갖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일반유권자나 대의원들의 지지도가 그대로 유지될지
반이 진영에서 예상하듯이 지지율의 속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할지 여부에 따라
경선의 대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 당분간은 "서리"이긴 하나 이날 새 대표에
김명윤 상임고문을 발탁, 그 배경과 경선구도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멕시코 방문에서 돌아온 김대통령은 이대표가 사퇴할
경우 새대표 임명 또는 사무총장의 직무대행중 어느 한쪽을 택하게 될 것이나
가능성은 각각 절반 정도로 예상됐었다.

새 대표를 임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김심"을 운위할 바가 못되지만
반이 진영이 그동안 끝질기게 "불공정 경선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당의 화합을
저해한 이대표를 경질, 새 대표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감안
할때 쉬운 선택은 아닐 것으로 봤었다.

정치권의 상당수 인사들은 전후 사정을 감안할때 김대통령이 새대표 임명쪽
을 택한 것은 사실상 반이 입장에 섰거나 적어도 친이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어쨋든 김대통령은 여권 경선구도에 중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는
새 대표 임명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힌 직후 곧바로 새 대표를 임명
했다.

서로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국무총리를 경질하고 곧바로 후임 총리를
임명한 때를 연상하는 반이 진영인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김대통령의 새대표 전격 임명은 2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측은 새대표의 전격적인 임명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당의 상임고문중
"중립적"인 인사중에서 대표를 발탁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중요한 시기에 대표자리를 비워둘수 없다는 이유도 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일까지 불과 20일 밖에 남지 않았고 대표의
역할이래야 경선관리 외에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새대표가 필요해서
임명했겠는가고 되묻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의 당지도체제가 후보 중심으로 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코스다.

한데도 전당대회나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지 못하는 20일 짜리의 "서리"를
임명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신임 김명윤 대표를 중립적인 인물로 보는 인사는 별로 없다.

그는 그동안 이회창 전대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일각에서는 대구출신의 7선의원인 이대표서리의 기용은 김윤환 고문 등
친 이회창으로 기울고 있는 일부 TK 인사들의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이 진영은 이날 이만섭 고문이 새대표에 발탁되자 이대표진영과 대표직
사퇴문제를 놓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끈질긴 대결 끝에 승리를 낚아챈듯
고무되어 있다.

이들은 "이회창 대세론"은 물건너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발협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반이 진영 합동기자회견에서 대표 사퇴문제와
당의 분열문제 등에 대해 김대통령에게 대책을 건의할 것이며 그에 따라
김대통령이 내릴 결정에 이대표는 승복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한 말의 의미를
그 쪽도 이제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대표측은 표면적으로는 새대표 임명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
이다.

또 당내에 구축하고 있는 세는 다른 주자가 뛰어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측근들 사이에는 새대표 임명이 경선판세에 부정적인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이들은 특히 권역별 합동 연설회가 열릴 경우 반이 진영 후보들이 이대표를
"불공정 행위로 경질된 후보"라는 식으로 몰아부칠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