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김수찬 기자 ]

홍콩이 1백55여년만에 드디어 중국에 반환됐다.

반환은 둥젠화 행정부에겐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

풀어야할 당면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기때문이다.

무엇보다 본토의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홍콩이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한다.

물론 중국 지도부가 일국양제의 원칙과 기본법 그리고 영국과의 공동성명에
따라 향후 50년간은 홍콩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기조로 한 고도의 자치
허용을 거듭 다짐하고 있긴 하다.

본토도 인치에서 법치로 바뀌어지면서 민주화제도가 정착돼가고 있으며
홍콩번영이 곧 중국의 경제성장과 직결돼 있어 최소한 얼마간은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홍콩문제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향후 4~5년간 홍콩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신화사 홍콩분사의 위상이 주권반환이후에도 축소되지 않고 막강한
권력을 배후에서 휘두른다면 둥행정부가 그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자연
자치권이 크게 제약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광둥성 상하이 등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시로 당분간
경제교류에만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각기 홍콩문제에
개입할 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조영복 KOTRA홍콩무역관장도 "경제논리로 지배돼온 홍콩이 정치논리에
휩싸이게 될 경우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친중국파로 알려진 둥행정장관이 과연 본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홍콩의
자치권을 지켜나갈지 그의 정치력과 협상력이 동시에 시험대위에 오른
셈이다.

경제적 난제도 둥행정부를 골치아프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홍콩경제는 정부의 불간섭정책에 의해 주도돼 왔다.

그러나 앞으론 제조업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경쟁력도 높이기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할 시점이다.

또 사회복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도 받고 있다.

둥행정부가 이러한 압력을 수용할 경우 경쟁을 우선시하는 기존 사회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기때문에 이 문제는 둥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풀기
어려운 경제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부패의 침투를 어떻게 막느냐도 숙제다.

마이클 드골리어 홍콩침례대 교수는 "홍콩의 최대 현안은 부패방지"라며
"둥행정부는 부패방지를 위해 지금보다 수십배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콩에 진출한 2천여개 중국기업 대부분은 핵심지도부가 뒤를 봐주고
있는 상태.

이들이 권력의 배경을 업고 공무원과 결탁해 이권사업에 눈을 돌릴 경우
지금껏 시장원리와 공정한 게임법칙에 의해 운영돼온 홍콩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

홍콩경제의 밑거름이된 정보의 공개와 자유로운 흐름을 어떻게
유지시켜나가느냐도 큰 걱정거리다.

사회주의식 언론관을 가진 중국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시장경제의
기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밖에 주택문제, 대륙으로부터의 불법이민자문제,교육의 질적 개선등
산적한 난제들이 있다.

앞으로 5년동안 "중국속의 홍콩"을 경영해나갈 둥행정부가 이같은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