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도 수천가지 제품이 새로 탄생한다.

그중 어떤 제품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히트상품반열에 오르는가하면
또 어떤 제품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채 소리없이 사라져간다.

실제로 10개의 제품이 새로 나오면 그중 5~6개만이 구색제품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4~5개는 실패작으로 끝나고 만다는게 업계의 통설이다.

10개의 신제품중 하나만 히트를 쳐도 대만족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신제품이 히트를 치기란 미인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신제품의 성공여부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수년동안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내놓는
상품마다 실패로 일관할 경우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히트상품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히트상품학에서는 히트상품이 되기위한 요소로 품질 유통 가격등 세가지를
꼽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광고를 더해서 4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히트상품으로 뜰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언뜻 복잡하게 여겨지는 이 네가지 조건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다름아닌 철저한 "소비자지향"이다.

상품의 홍수시대인만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서는 결코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상품이
아니면 애시당초 성공을 기대해선 안된다.

소비재의 대부분은 공급초과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품질만 좋아서도, 가격만 싸서도 안된다.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따지는 가치구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상품의 가치를 요모조모 견주어보는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얼렁뚱땅"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면서 품질과 가격에서 저항심리를
갖지않도록 하는것,히트상품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의 엄격한 조사를 거쳐 올 상반기 "한경소비자대상"을
받게된 상품들을 살펴보면몇가지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이 밑바탕에 히트의 조건들을 깔고 있음은 물론이다.

LG생활건강의 미백치약 "클라이덴", 동양화장품의 "과일나라 코팩",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등은 강한 실험정신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들 제품에 공통되는 특징은 기존의 관념을 부숴버리고 틈새시장을 개척,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

생활용품 부문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클라이덴의 경우 "치약이란
음식찌꺼기만 제거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시각에서 한걸음 나아가 건강
기능과 함께 미용기능까지 고려했다.

기존 수입제품이 한정된 유통망에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음을 간파, 구입이 손쉬운 슈퍼망을 통해 저렴한 값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중소기업이라 할수 있는 동양화장품의 코팩도 소비자들의 욕구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눈과 입술을 가꾸는 화장품이 잘 팔리고 있는 만큼 코를 예쁘게 하는
화장품도 그에 못지않게 팔릴 것이라는 유연한 사고가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원의 청정원 진육수도 마찬가지.

식탁에는 국물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국민 특유의 음식문화와 천연무공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선풍을 일으켰다.

품질 유통 가격 광고등 4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소비자대상으로 뽑힌 대우자동차의 "레간자"를 꼽을 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소리없는 차"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레간자의 개발은
물론 마케팅과 광고에까지 적용, 소비자들의 믿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소형차(라노스) 준중형차(누비라) 중형차(레간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마케팅 전략도 레간자의 인기를 고조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

히트상품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반짝 히트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감을 심어줌으로써 상품을 장수시키는 것이다.

당장 대히트를 친다해도 거품인기로 끝나면 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취향변화를 반영한 지속적인 품질개선과 적절한 가격정책만이
이를 보장한다.

여러해동안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귀뚜라미보일러가 장수
히트상품의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이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