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명화-버림받은 자의 초상" (EBSTV 오후 2시)

"제3의 사나이"의 감독 캐롤 리드의 51년작.

영국의 신분제도와 사회분위기를 영화속에 냉철하게 표현해낸 캐롤
리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국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조셉 콘라드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에서도 당시 영국의 제국주의적인
속성과 우월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린다.

주변사람을 이용하면서 살아가는 사기꾼 윌렘스.

경찰에 쫓기던 그는 링가 선장의 도움을 받아 말레이섬의 원주민
부락으로 도피한다.

윌렘스는 원주민을 이용,자신의 이익을 위한 개발계획을 벌이지만 결국
실패하고 폐인이 돼 간다.

감독은 서구문명과 원주민문화, 선인과 악인을 대립시키면서 낯선 곳에서
적응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인간의 부조리한 상황과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랄프 리처드슨, 트레버 하워드 주연.

* "명화극장-파워 오브 원" (KBS1TV 오후 10시35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독립 이전인 1930년대.

영국계 소년 PK(스티븐 도프)는 집을 떠나 핍박받는 독일계 음악선생 딕
(아르민 뮐러스탈)에게 평등사상을, 흑인 원주민(모건 프리먼)에게 권투를
배운다.

PK는 인종차별 현실에 분노하고 흑인 편에 선다.

흑인들은 그를 전설상의 "비를 내리는 사람"으로 떠받든다.

영화는 한 소년이 불평등한 현실에 눈뜨고 인종차별 철폐운동의
선두에서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PK가 흑인군중 앞에 서서 아프리카 민요를 지휘하는 장면은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하지만 반아파르트헤이트를 다룬 영화에서 흑인의 구세주로 백인소년을
내세운 설정은 상당히 거슬린다.

목숨까지 걸면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해 흑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록키" "가라데 키드"의 존 애빌슨 감독.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