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 경선을 둘러싼 신한국당내 이회창 대표와 반이 진영간의 첨예한
갈등이 거의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측간의 격한 감정대립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제갈길 가기" 국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분당사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는 7월21일의 후보선출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치러질지 또는 당이 깨어지는
파국을 맞이할지 여부 등은 이제 전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양측은 이대표의 경선출마 선언을 계기로 각각 "이회창
대세론"과 "이회창 후보 불가론" 확산에 총력을 쏟을 예정이어서 두 진영의
첨예한 표몰이 대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내 반이 진영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는 정치발전협의회는 이날 이회창
대표가 경선출마선언을 통해 그동안 당내 갈등의 최대 요인이었던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해 후보등록 시점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대표 제거" 수순에 들어갔다.

정발협측은 이대표의 이날 사퇴입장 표명 자체가 모호할 뿐더러 그동안
당이 대표직 사퇴문제로 엄청난 내홍을 겪었음에도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었다는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이대표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나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대의원들을 상대로 "이대표 후보 불가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청원 간사장은 이날 아침 기자간담회에서 "문제의 본질은 대표직 사퇴
요구가 아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전과정을 돌이켜 보며 이대표의 양식과
도덕성 자체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간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과연 이회창 대표의 무엇이 당과 나라에
필요한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정발협의 분위기로 보아 양측간의 화해는 물건너갔다는게 대체적인 분석
이다.

이와관련, 서간사장은 "스스로 "주자로 나설 사람은 대표를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이대표 스스로 오늘의 상황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거부 그 자체보다는 그로인해 야기된 당의 갈등과
분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책론"을 제기했다.

정발협측은 그러나 27일 오전부터 실행에 옮기려던 "새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서명운동은 이대표가 곧 사퇴하게 되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이를 중단키로 했다.

이대표측은 정발협 등 반이 진영의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의
사정은 하지 않겠다"는 "정치보복 반대"와 "권력역할 분담론"을 밝히는 등
반이 진영의 위기감을 누그려 뜨리면서 대세론을 확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대표측은 그러나 최근의 몇몇 여론조사에서 국민지지도가 이인제 경기지사
박찬종 고문 등과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데 대해 내심으로는 상당히 우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세론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끝까지 대표직을 고수해야 한다는 핵심
참모들의 건의도 아주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며칠전 민정계의 중진 "프로"가 대표직 유지가 이대표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충고해 이를 수용,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정발협이 이같은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심 교감설"이 강하게 일고 있어
진위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이 진영의 "선전"으로 이회창 대표의 대세론이 주춤해짐
으로써 김대통령이 일단 "카드"를 선택할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에 따를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던
김대통령이 바로 현재와 같은 상황반전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