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태화쇼핑살리기 운동에 지역 국회
의원 시민단체들도 참여해 본격적인 부산경제살리기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연초부터 건설업체의 연쇄부도에 이어 최근 제조업체인 한국금형과
향토백화점인 태화쇼핑마저 부도처리되자 일부 기관이나 단체의 힘으로는
좌초위기에 인 부산경제를 회생하기는 어렵다는 인식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상의는 태화쇼핑이 지난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이날부터 매일
비상 대책회의를 갖고 법원과 동남.부산은행 등에 법정관리 수용 건의서를
내는 한편 지역경제살리기 범시민운동을 펴나가고 있다.

상의는 향토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24일 ''불황기
우량 대기업의 경영혁신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또 26일 세계적 인사조직컨설팅사인 ''왓슨 와이어트사'' 한국지사장 등을
초청, 기업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강병중 부산상의 회장은 "시민단체들과 협의해 지역업체 물건사주기
운동을 벌이고 외지업체 본사의 부산 이전캠페인도 함께 전개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지역 국회의원 및 시의원들도 지난 20일 부산시 등과 ''지역경제살리기
비상기구'' 구성검토에 들어간데 이어 28일께 모임을 갖고 ''부산투자개발공사''
설립 등을 통한 지역 업체 지원책을 본격 마련키로 했다.

부산경실련과 한국소비자연맹 부산지부 등 13개 시민단체는 ''부산지역
경제살리기 시민운동 본부''를 발족, 태화쇼핑 회생을 위한 대시민 홍보와
지역제품사주기 등 경제살리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민운동본부 이종균 대표는 "최근 부산 중견 향토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부산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부산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금 반도보라아파트 부녀회는 향토기업인 태화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태화쇼핑 상품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태화쇼핑 임직원과 입점업체 2천여명도 지난 19일 ''회사살리기 결의대회''를
갖고 우리손으로 태화백화점을 살려나가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결의했다.

태화쇼핑 김정태 회장은 "2백40억원대의 개인재산을 처분해 결손을 보충해
나가는 한편 은행측이 요구한다면 경영권까지도 포기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0일 영업을 재개한 태화쇼핑은 시민과 직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이날
매출액이 평소보다 2배이상 는 3억2천만원, 21일 4억3천만원, 22일 4억6천
만원을 기록,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동남 부산은행 등 채권은행들도 이처럼 태화살리기가 애향운동으로
확산되자 당초 법정관리 동의에 회의적이었으나 신규대출만 없다면
지원하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법원의 법정관리 수용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24일 가족과 함께 부산경제살리기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태화쇼핑을
찾았다는 주부 박희정(36.북구 만덕2동)씨는 "시민들이 향토제품 사주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제2의 태화사태가 없도록 기업들은 과학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부산시와 상의 은행들도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부산 = 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