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신사복이 날씬해졌다.

재킷의 허리와 몸통을 몸에 꼭 맞추고 라이크라 혼방의 탄력있는
소재를 쓰는가 하면 바지도 통이 넉넉한 주름바지에서 주름없는 일자형태
(No-Tuck 팬츠)로 바꿔 전체적으로 날씬한 느낌을 강조했다.

젊은층 대상의 트렌디한 브랜드에서는 재킷 주머니 위에 사선의 티켓
포켓을 달아 날렵한 느낌을 강화했다.

본래 신사복 디자인은 재킷과 바지 품의 넓고 좁음, 재킷 단추 갯수
외에는 별다른 변동요소가 없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캐릭터정장이 보편화되면서 캐주얼 요소가 많이 도입되고
남성복의 여성화 경향까지 겹쳐 4~5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큰 변화가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트임 (vent)의 부활.

재킷 품이 넓은 박스형일 때는 필요없었으나 허리선이 들어가면서
활동편의를 위해 트임을 만들어냈다.

흔한 것은 뒤트임 (center vent)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옆트임
(side vent)을 넣은 것도 있다.

신원 "모두스비벤디" 디자이너 정민아씨는 "옆트임은 10년전쯤 캐주얼한
코듀로이 (골덴) 재킷에 많이 나타난 요소"라며 최근 옆트임의 부활은
"슬림한 모즈룩 바람이 신사복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풀이했다.

재킷 주머니의 선도 눈에 띄게 변했다.

원래 신사복 포켓은 양 끝부분이 평형에서 5~10도 위로 올라간 형태가
대부분인데 최근 유행 스타일은 각도를 크게 기울여 30도 정도 끝을
내렸다.

사선은 직선보다 날씬한 느낌을 낸다.

보다 트렌디한 디자인에서는 오른쪽 주머니위에 사선의 티켓 포켓을
달았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이라는 트임과 티켓 포켓이
정통스타일을 되살린 것이라는 점.

주름없는 일자바지의 유행은 여성들의 시가렛 팬츠로부터 영향받았다.

라이크라혼방 소재 사용은 신사복에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

중후함과 격식을 따지는 정통 신사복에는 적용되기 어렵지만 특색있는
캐릭터 정장에는 무리없이 어울린다.

원풍물산 "보스턴 매너"의 이봉수 부장은 "모직 97% 소재에 라이크라를
3%만 섞어도 스트레치 효과가 나타난다"고 전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