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히 기본적 수치이긴 하나 올부터 국내 프로대회도 약간의 통계가
잡히고 있다.

선수들의 그날 경기 퍼팅수와 그린적중률이 공식 통계로 나오고 있는 것.

이같은 조치는 선수들 스코어 카드에 그날 자신의 홀별 퍼팅수를
기록하게끔 만든데서 출발했다.

홀별 퍼팅수가 나오면 그린 적중률은 자동 계산할 수 있다.

예를들어 파4홀에서의 퍼팅수가 2번이고 그 홀 스코어가 파이면 파온을
시킨 것이고 퍼팅수가 1번인데도 파이면 3온1퍼트가 돼 파온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홀당 퍼팅수를 기록하게 하는 그 "작은 조치" 하나로 최소한도의
경기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 20일 뉴서울CC 북코스 (파72, 7천45야드)에서 벌어진 제40회
아스트라컵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 2일째 경기의 통계를 보면 퍼팅과
그린적중률 (파온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오후 5시 현재 단독선두인 박연태(44.나이센)는 18홀 총 퍼팅수가
25번에 불과했다.

이는 무려 11개홀에서 원퍼트로 끝냈다는 의미.

그의 그린 적중률은 66.67%로 18홀중 12개홀에서만 파온에 성공했었다.

그의 원퍼트 11번중 5개는 파온시킨 홀에서의 5개 버디를 의미했고
나머지 6번 원퍼트는 파온 시키지 못한 6개홀에서 모두 파로 막았다는
뜻이 됐다.

물론 그는 이날 보기가 없었다.

박연태의 이날 5언더파 67타는 "평범한 그린 적중"에도 불구, 기막힌
퍼팅감으로 만들어 낸 스코어였던 셈.

박연태는 2라운드 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 선두를 마크중이다.

<> 이에 반해 봉태하(37.테일러메이드)는 빛나는 아이언샷에도 불구,
퍼팅 난조로 고전한 케이스.

봉태하는 이날 88.89%의 파온율을 보였다.

그는 18개홀중 16개홀에서 파온을 시켰고 단 두 홀만 파온에 실패했다.

이는 드라이버샷이나 어프로치샷 (온그린을 향한 샷)이 공히 기막혔다는
내용.

그러나 그는 총 퍼팅수가 36번으로 3퍼트 한번에 원퍼트 한번이고
나머지는 모두 2퍼트.

이는 지독히도 퍼팅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퍼팅=스코어"임을
적나라하게 드러 낸 셈이다.

그의 3퍼트 한번은 첫홀 (파4-4백42야드)보기로 나타났고 원퍼트 한번은
파온에 실패한 16번홀 (파3-2백8야드)에서의 파로 나타났다.

결국 봉태하는 롱게임의 호조에도 불구, 이날 2오버파 74타를 치며 합계
1오버파 1백45타로 공동 9위권을 달리고 있다.

92년 신한동해오픈 우승등 3승을 올렸던 중견 봉태하.

그의 최근 부진은 한마디로 "예전같지 않은 퍼팅"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듯.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