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형제가 오늘은 남남"

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 재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같은 그룹
계열사였던 (주)한보와 계약조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어
부도 전 "친밀했던" 관계가 무색하게 됐다.

과거 "한 식구"였던 시절엔 내돈 네돈 따질 사이가 아니였지만 모두
부도가 나 각각 재산보전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선 서로 자기 앞가림하기에
바쁜 것.

한보철강과 (주)한보가 당진제철소 공사 재개와 관련,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역시 돈 문제.

우선 추가 공사금액에 대한 견해 차다.

(주)한보측은 당진제철소 일괄 시공자로서 총공사금액의 18.4%는
일반관리비에다 적정마진을 보탠 자기 몫으로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도 전엔 25%이상을 시공자몫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보철강은 일괄시공자인 (주)한보에 12%이상은 못준다며 버티고
있다.

그나마 채권은행들이 염출을 해준 공사지원금이 빠듯해 그 이상은
어렵하는 것.

이로 인한 양측주장의 금액차이는 60억원에 달하고 있다.

공사 선수금 문제도 쟁점.

(주)한보측은 공사에 다시 착수하기에 앞서 10%의 선수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보철강은 불가 입장이다.

(주)한보는 한보철강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채권금융단의 지원이
적었다며 자금난 해소를 위해 10%의 선수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

반면 한보철강은 (주)한보가 현재 법원의 압류및 가압류 처분이 내려져
있어 설령 선수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재정적인 도움이 안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보철강과 (주)한보는 또 공사 미지급금 규모에 대해서도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공사이행과 성능보장을 위한 보증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려 있다.

이에따라 당초 이달 1일 재개키로 했던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는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고 앞으로 수개월 안에 재개될 가능성도 많지 않다.

한보철강측은 이와관련, "채권은행단이 공사 재개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나
(주)한보때문에 일이 안된다"며 (주)한보측을 비난하고 있는 반면
(주)한보측은 "우리는 당진제철소 공사에 회생여부가 달렸는데 한보철강이
너무 인색하게 군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한보와 한보철강은 한보그룹 당시 정태수 전 총회장이 어느
계열사보다 아꼈던 그룹의 주력 쌍두마차였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