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뛰어난 한학자였던 월하 김달진.

80평생을 청정하고 단아한 삶으로 일관한 그의 작품이 작고 8년만에
전집으로 묶여져 나온다.

1차로 나온 "김달진 시전집" (문학동네)을 필두로 한달에 한권씩 19종
22권까지 발간될 계획.

전집에는 "김달진 산문전집" 등 창작품뿐만 아니라 "손오병서" "장자"
"한산시" "한국한시" 등 수많은 동양고전과 경서의 한글역주서들도 포함돼
있다.

편집위원은 김용직 김윤식 (서울대) 김장호 홍기삼 박경훈 (동국대)
유종호 (연세대) 김종길 정한숙 최동호 (고려대) 신상철 (경남대) 교수.

이번에 나온 시전집은 40년 출간된 첫 시집 "청시"와 시선집 "올빼미의
노래", 선시집 "한벌 옷에 바리때 하나", 장편서사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 등 시작 60년의 결실을 한데 모은 것으로 불교적 무위자연의
시세계가 집약되어 있다.

월하는 경남 창원군 웅동 (지금의 진해시) 출신으로 22살때 "문예공론"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시원" "시인부락" "죽순" 동인으로 활약했다.

39년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입산, 수도생활을 했으며
광복 직후에는 춘원 이광수의 권유에 따라 동아일보 기자로 잠시 일했다.

그는 일제시대부터 제도권 문단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했으며 세속의
명리를 좇지 않고 맑은 시정신과 수도자적 자세로 노장사상에 맞닿은
시세계를 보여줬다.

60년대 이후에는 동국대 역경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경 국역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83년 불교정신문화원에 의해 한국고승석덕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는 한시를 한글로 역해한 "한국한시" (전 3권)의 완간을 앞두고 89년
6월 세상을 떠났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