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경혈을 자극하면 뇌의 해당부위가 활성화되며 활성화된 뇌의 명령에
따라 호르몬 등이 분비돼 질병이 치료되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과학기술원 핵자기공명연구실 조장희 박사는 경희대 한의대 경혈학교실
이혜정 교수와 공동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통해 뇌 신체장기 그리고
경혈의 상호관계를 영상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조박사는 우선 눈에 빛의 자극을 준 뒤 대뇌 시각피질의 혈류와 산소변화량
을 보여주는 영상을 MRI로 촬영했다.

혈액속의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면 반자성체가 되지만 산소가 떨어지면
자성체로 변하기 때문에 특정부위에 피가 몰려 산소를 많이 공급할 경우
MRI로 그 영상을 포착할수 있다.

그런 다음 대뇌의 시각피질과 관계있는 발의 경혈(지음 통곡 속골 곤륜)
4곳을 침으로 자극한 뒤 찍은 대뇌 피질 영상을 비교한 결과 활성화된
부위가 정확히 일치했다.

대뇌의 시각피질과 관계없는 경혈과 경혈이 아닌 부위를 자극했을 때의
영상과는 달랐으며 활성화된 정도는 5%로 분석됐다.

첫번째 시험은 3명에 대해 실시됐다.

조박사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험대상을 12명으로 늘렸으며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영상의 형태가 2개군으로 나뉘었는데 이는 개인별 음양의 체질차이에
따른 것으로 블라인드테스트 결과 밝혀졌다.

조박사는 "동양침술의 신비를 정량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로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권위있는 과학잡지에 투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박사는 또 "이 연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락의 비밀도 알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경혈에 대한 대뇌 피질의 활성화부위를 비교분석해 침술의
과학화와 인지과학연구에 기여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