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노동관계법이 개정된 이후 사용자가 자사 노조나 상급노조가
아닌 제3자의 대리교섭 요구를 수용하는 사례가 아남산업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아남산업은 12일 노조를 대신해 교섭에 나선 단병호(민주금속노련위원장)씨
와 1차 교섭을 가졌다.

개인의 대리교섭 요구를 사용자측이 받아들이기는 지난 3월 노동관계법이
개정돼 상급노조로 제한돼 있넌 대리교섭 수임자가 개인으로 확대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경영계가 현행법상 명백한 규정이 없는 교섭권 수임자 자격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이 문제를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 논란이 예상된다.

단씨의 대리교섭은 지난달 29일 제9차 단체협상에서 노조가 단씨에게
교섭권을 위임키로 했다고 회사측에 알린데 따른 것으로 이때부터 회사측이
단씨의 대리교섭 수임자격을 문제삼으면서 교섭이 무산됐었다.

아남산업 관계자는 이와관련, "단씨가 다른 사업장에서 이미 해고가
확정된데다 법외단체에 소속돼 있어 과연 그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그러나 노사화합을 위해 교섭에 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노동당국의 권유를 받아들여 교섭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총 관계자는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리교섭자의 자격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노동부에 교섭권 수임자 자격요건에 대한 행정지침을 내려 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광현.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