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부도나 도산의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은 확장 일변도의 사업전개 방식을 버리고 핵심부문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망한 사업군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환경변화와 경영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대.중견기업들의 잇단 부도는 기업들이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삼성경제연은 특히 그간 국내기업들은 규모만 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비관련 다각화"에 주력해 스스로 경쟁력을 깍아먹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핵심 역량에 기반을 두고 스스로 관련 분야에 힘을 집중시키는
"선택적 집중"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내용을 요약한다.

<>성장 일변도에서 성장과 안정의 조화로 =국내 경제는 고성장시대를 지나
안정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기업경영에서도 창업세대는 지나고 수성시대로 넘어갔다.

<>사업군 망라주의에서 선택적 집중으로-GE는 정보산업이 유망산업이지만
자신들의 핵심역량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출하지 않았다.

<>내수위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시대로 =국내시장에서만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서 생존.성장하는 전략을 한계에 직면했음.

정보통신 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시장 개방으로 국내기업의 프리미엄이
사라졌으며 세계적 일류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스톡에서 플로우 중심의 유연경영체제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경영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시대.

실물자산을 스톡개념이 아닌 매몰 자산으로 간주해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실물자산도 매각해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금조달에서 재무전략 중시로 =재무의 역할이 자금조달 위주에서
의사결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략적 역할로 전환돼야 함.

신사업진출은 물론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자금운용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수적이다.

<>외줄타기 경영에서 시나리오 경영으로 =예측 불능의 경영환경변화로
"도 아니면 모"식의 단선적 대응전략만으론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됨.

외줄타기 경영을 고수하는 기업은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위기를
자초.

<>생산자 논리에서 고객중시 논리로 =가치의 중심이 소프트로 이전함에
따라 상품을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서비스의 질에서 회사간 격차가 발생.

<>정부의존에서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건전한 기업윤리를 무시하는 기업은
생존이 불가능하게 됨.

정경유착을 용납하지 않는 시회분위기로 정치권을 통한 이권획득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됨.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사랑받는 기업상"을 구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